추경안 5월 처리 사실상 무산…내달부턴 본예산 편성
여야간 대결로 국회가 파행을 지속하면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5월 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도 본예산 편성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여의도로 안테나를 세운 채, 내년 살림 계획까지 짜야 하는 예산실의 ‘이중생활’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기재부에 따르면, 예산실은 오는 31일까지 정부부처들로부터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제출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예산실은 다음달부터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국회 제출 후 정체 상태인 추경안이 예산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추경안은 ‘국무총리 시정연설→예산결산위원회 심사→본회의 심의’ 과정을 거치는데, 현재 총리 시정연설 일정조차 감감무소식이다.
추경안을 심사할 국회 예결위원들의 임기마저 29일로 만료된다. 임기만료 이틀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는 새 예결위원 명단도 아직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까지 불참하면서 추경안 5월 내 처리에 매달렸지만 국회 파행으로 허사가 됐다. 지금의 국회 상황에선 추경 심의ㆍ통과가 기약 없이 늘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철회 및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극적으로 당장 다음주부터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지난한 과정이 기다린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가 열리면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고, 야당은 대정부질문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예결위 심사 도중 또다시 이견을 표출될 가능성이 있어 답답한 지경”이라고 귀띔했다. 한국당이 ‘추경안 중 재해 추경(2조2,000억원 규모)만 논의하자’는 주장을 접지 않을 것으로 보여 통과 시점은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로선 예산실의 믿을 구석은 ‘역대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는 전례 정도다. 다만 국회 제출일부터 통과일까지 각각 45일이 걸렸던 문재인 정부의 앞선 두 차례 추경보다 더 길어질 거란 우려는 크다. 내달 9일이 정확히 45일인데 그 안에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통과까지 가장 오래 걸린 추경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으로 90일이 걸렸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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