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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분쟁조정 다음달 시작… 윤석헌 금감원장이 추진한 재조사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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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분쟁조정 다음달 시작… 윤석헌 금감원장이 추진한 재조사 결론은?

입력
2019.05.29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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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쟁조정을 앞둔 키코 피해 기업들. 그래픽=박구원 기자
금감원 분쟁조정을 앞둔 키코 피해 기업들. 그래픽=박구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1년간 재조사를 벌인, 은행과 중소기업 간 ‘키코(KIKO)’ 분쟁조정 절차가 다음달 시작될 예정이다. 키코 사건은 2013년 대법원 판결 등을 이유로 금융위원회가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일단락했지만, 지난해 취임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재조사를 추진한 사안이어서 결론이 주목된다.

 ◇금감원장 소신으로 시작된 재조사 

28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실시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다음달 중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기 위해 위원들과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윤 원장은 “올해 상반기 내에 키코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당시 수출 기업들이 대거 가입했던 키코는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파생금융상품이다. 은행이 정한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 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기업이 약정한 환율(행사가격)에 달러를 팔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환율이 폭등해 상한선을 넘어서면 기업이 행사가격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물어줘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하자 키코 가입 기업 700여곳이 3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 기업들은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3년 대법원은 “키코는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다”라고 결론 냈다. 법원 판결로 논란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윤 원장이 2017년 말 “키코 사태를 재조사 해야 한다”며 정책과제로 제시하자 새 국면이 열렸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키코 상품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재조사 요구에 대해 “대법원 판결도 끝나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며 불가 방침을 밝혔다. 그러다 윤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지난해 6월 금감원에 키코 전담조사반이 꾸려졌고, 재조사에 돌입했다. 재조사 대상기업은 일성하이스코 등 4곳으로, 이들은 키코로 인해 약 1,500억원의 손해를 봤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9년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키코 피해 구제는 분조위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6월에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9년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키코 피해 구제는 분조위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6월에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 

금융위의 불가 방침에도 금감원이 재조사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양 기관 사이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재조사 대상은 대법원도 인정한 부분인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관한 것으로서, 판결로 결론 난 사안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위와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소송 때는 쟁점이 키코 상품 자체가 불공정한지 여부였다면, 지금은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설명이 충분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라는 의미다.

은행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에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를 100% 모두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더라도, 최소한 “환율 변동이 큰 폭으로 이뤄지면 기업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은 은행은 없었을 거라는 입장이다.

키코 상품을 취급했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은 환율 폭등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에 많이 가입한 것”이라며 “파산한 기업도 많아 안타깝지만 동정 여론에 휩쓸린 분쟁조정 결론이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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