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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가 발견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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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가 발견한 사실

입력
2019.05.28 16:17
수정
2019.05.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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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자들의 이야기, 새 장편소설 ‘사하맨션’ 출간

조남주 작가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장편소설 '사하맨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남주 작가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장편소설 '사하맨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금 당장은 패배한 것처럼 보이고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 같아도, 실은 우리 모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조남주(41) 작가가 신작 ‘사하맨션’으로 돌아오며 이렇게 말했다. ‘82년생 김지영’ 이후 3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여성의 삶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사하맨션’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소외된 존재들을 아우른다.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작가는 “밀입국자, 노인, 여성, 아이, 성소수자, 장애인 등 비주류라 불리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사하맨션’은 기업이 장악한 도시국가 ‘타운’에서 살 자격을 얻지 못한 도시 난민들이 모여 사는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다. ‘20세기 마지막 무법지대’라 불린 홍콩의 슬럼 ‘구룡성채’를 떠올리게 한다. 구룡성채를 모티브로 사용했다는 조 작가는 “버림받는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준 장소”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세월호 참사부터 메르스 사태, 정권 교체 등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굵직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조 작가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에 가져다 놓았을 때 오히려 제대로 보일 것 같았다”며 “소설은 ‘우리는 퇴보하고 있는가? 사회는 무너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소시민 한 명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 스스로 던진 무수한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덧붙였다.

‘사하맨션’에는 페미니즘의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여성 연대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 작가는 “최근 우리 사회 큰 이슈이자 관심사가 여성 연대, 낙태, 육아, 교육 문제 등이었기 때문에 소설에 (여성 문제가) 녹아 들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82년생 김지영’은 18개국에서 번역됐다. 특히 일본에서는 13만부가 팔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 작가는 “김지영을 통해 소설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사회 변화와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여성 이슈가 다른 국가에서도 공통된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덧대며 완성된 소설”이라며 “이번 소설 역시 독자들의 첨삭과 의견 덧붙임을 통해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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