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조 주총장 점거… 울산시장 靑 방문, 존치 읍소
“핵심인재 확보 위해 서울로” VS “현대중 본사는 울산에”
“심지어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 글로벌 R&D센터인 남양기술연구소도 (멀다고) 근무를 기피하기도 해요. 하물며 울산에 (핵심인재들이) 오겠습니까.”
울산시장이 청와대까지 올라 가 존치를 읍소하고, 노조가 주총장을 미리 점거해 농성을 벌여야 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꼭 서울에 둬야 한다는 이유는 뭘까?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R&D(연구ㆍ개발)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열한 유치경쟁의 대상인 ‘특A급’ 인재들은 어떤 계층보다 워라밸을 중시, 교육ㆍ문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근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조금이라도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R&D 인재확보와 충분한 일할 여건 조성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판교가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울산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거제 대우조선과 목포 삼호조선을 아우르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울산에 편중돼서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우조선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산업은행 역시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두고 획기적인 영업ㆍ기술력 증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 31일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보유지분 전량 55.72%(보통주)를 넘기는 대가로 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보통주 지분 7.9%와 1조2,500억원 상당의 전환상환우선주를 받는 MOU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게 연구개발 인력 유치뿐 아니라 조선 계열사들의 전문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데 효율적”이라며 “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지면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하고 고용 인력도 늘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철호 시장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만났으나, ‘대통령이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답변만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 역시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기업의 발전을 위한 자율적인 경영판단을 지역주의 입장에서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간섭이자 월권이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경찰에 주총장인 울산 전하동 한마음회관에 대해 시설물보호와 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조합원 퇴거를 요청해놓고 있어 점거해제를 위한 대규모 경찰력 투입에 따른 충돌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절차가 늦어지고 있어 오는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점거해제가 여의치 않을 경우 주총장 변경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새 주총장을 놓고 양측의 첩보전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울산시와 현대중공업 노조 등은 “한국조선해양이야 말로 현대중공업의 진정한 본사”라며 “고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의 산물이자 46년간 지역과 함께 성장해온 향토기업인 현대중공업은 당연히 존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2003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많은 공공기관 및 연구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어 시대적 흐름에도 부합하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우수인재 유치는 본사 소재와 상관없는 글로벌 기업의 비전과 경영철학의 문제일뿐”이라며 현대중공업 측의 발상전환을 촉구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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