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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전면 실시 등으로 초중등 교육과정 내 진로교육은 확대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남녀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직업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8일 중학교 진로교사 623명 및 진로체험지원센터 담당자 106명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진로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진로교육 및 진로체험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확인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결과 ‘성평등한 진로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학교 75%, 센터 70.8%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성평등 진로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 학교가 전체 응답의 37.4%, 센터의 경우 79.2%로 인식에 비해 실제 교육상황은 열악했다. 성평등한 교육을 실시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는 교재와 매뉴얼 부족(학교 76.2%, 센터 53.8%)이 뽑혔다.
진로교육 과정에서 성희롱ㆍ성차별 사건이 발생했다는 응답도 학교가 9.6%, 센터가 12.3%에 달했다. 교사가‘남자가 무슨 네일아트를 하냐’, ‘남자고등학생 직업체험에 간호사를 배치하면 어떻게 하냐’며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발언을 하거나, ‘여자는 예뻐서 시집 잘 가면 된다’며 성차별적 언어를 사용하는 등이다. 특히 이처럼 성희롱ㆍ성차별 사례가 발생한 학교의 45.0%, 23.1%는 특별한 대응이 없이 넘어갔다고 응답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학교의 76.2%, 진로체험센터의 77.4%에서 학생들이 타 성별이 다수인 직업에 관심을 두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교육 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성평등 교육은‘남녀학생에 동등한 진로교육 제공’에 그치는 등 학생들의 바람과 교육수준 간 간극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업ㆍ진로에 관심을 갖고 능력을 계발하도록 하는 진로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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