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청년 16명 28일 도내 12개 농업법인 첫 출근
“대학 다닐 때 영농일손돕기 동아리 회장을 맡아 경북도내 여러 지역을 다니며 다양한 분야 영농체험으로 농업의 가능성을 느꼈어요. 청송 사과농장에서 실습도 했지만 연고나 초기 자본금이 없어 막상 농촌에 뛰어들기 힘들었는데 청년농부제 취업을 밑천 삼아 창업아이템을 구상하고 구체화할 겁니다. 앞으로 청송에서 사과를 재배 판매하는 농장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식품회사 취업을 준비하던 정창영(25)씨의 각오다.
정씨처럼 시골에 와서 월급 받으며 농업을 배우려는 도시청년 16명이 28일 경북 성주군 ㈜경성팜스에서 ‘월급 받는 청년농부제’ 출범식에 참석해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농촌정착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농장을 견학했다. 경성팜스는 자체 종균배양시설을 갖추고 3대에 걸쳐 표고버섯을 생산, 내수와 수출로 매출을 올리는 농장이다. 이들 청년들은 이날 경북도내 12개 농업회사법인으로 첫 출근했다.
월급 받는 청년농부제는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경북도가 특별히 고안한 정책이다. 다른 시ㆍ도와 달리 청년의 농촌유입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청년일자리사업이다.
청년들에게는 농촌진입 초기에 겪는 실전경험 및 자본 부족 등 어려움을 덜어 주고,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농ㆍ산업 분야에는 젊은 신규 인력을 지원하는 효과를 노린 ‘경북형 청년농부 일자리사업’인 셈이다.
도에 따르면 지난 3, 4월 두 차례에 걸쳐 농촌 정착을 희망하는 18∼39세 청년 16명을 모집한 결과 서울 경기 대구 등에 사는 청년 39명이 지원해 2.4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청년을 채용할 지역의 농업법인은 33개소가 지원해 12개 법인이 선정됐다.
참여법인은 재무상황, 고용안정성, 발전가능성 등을 토대로 심사했고, 청년은 농업에 대한 자세, 농촌정착 가능성, 역량 등을 중점 평가했다. 법인과 청년은 서로 희망하는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매칭했다.
선발된 청년들은 5월 말부터 법인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년간 생산실무, 기획, 온라인 마케팅 등을 담당한다. 인건비로 월 200만원과 복리후생비를 지원받는다.
도는 농산물 생산부터 제조 가공 유통 등 전 단계에 걸쳐 실무를 익히고 농촌정착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네트워킹 및 컨설팅, 교육 등을 지원한다.
이민진(18) 씨는 농업계 고등학교에서 농업에 필요한 자격증, 교육, 활동들을 하며 일찌감치 창농을 준비한 케이스. 이 씨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영농이지만 창농을 혼자 준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영농법인 사장님과 직접 소통하며 농산물 유통방법, 경영 등 다양하게 배우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체험농장을 만들고 거기서 생산한 작물을 가공, 판매에 체험까지 하는 6차 산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경북도는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해 ‘청년농부제’ 외에도 청년농산업 창업지원센터, 모바일 페이지(WWW.청년농부.COM) 운영으로 수요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영농기반 및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에게는 멘토링, 영농정착자금 지원, 6차산업화 기반 마련을 위한 창농자금 융자 등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청년농부들이 2년 동안 선도농업 법인에서 실무경험을 쌓아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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