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의, 실태ㆍ모니터링 결과 발표
부가가치율 44.2%... 조선기자재(25.2%),
자동차부품(33.8%)에 비해 월등히 ↑
“차세대 핵심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
부산지역 주력 제조업의 고부가가치 실현을 위해 항공부품산업의 육성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련 기반이 취약한 만큼 중장기적 관점의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은 28일 부산상의(회장 허용도)가 발표한 ‘부산지역 항공부품산업 실태 및 기업 모니터링 결과’에서 제기됐다.
모니터링 결과 부산에서 항공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은 29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통계청 자료기준 전국의 항공부품제조 기업 277개 중 65.3%인 181개사가 사천을 중심으로 한 경남에 집중됐으며, 전국적으론 경기(20개사), 대전(13개사), 충남(12개사) 등에 분포돼 있다.
종사자는 전체 1만2,194명 중 7,459명이 경남에서 근무하고 있고, 부산은 3,036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업체수 대비 부산의 종사자수가 많은 것은 대기업인 대항항공 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의 근무인원 약 2,000여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역 항공부품제조업체들은 규모 면에서 크게 영세했다. 29개사 중 절반이 넘는 15개사가 근로자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이며, 대한항공 테크센터와 현항공산업, 하이즈항공 부산공장 등 몇몇 큰 기업의 근로자가 대부분이었다. 10인 이상 사업체의 총생산액도 2017년 기준 약 8,800억원으로, 지역 제조업 생산의 2.0%에 불과했고, 부가가치액도 약 3,800억원으로 2.6%에 그쳤다.
하지만 취약한 지역 산업기반에도 불구, 자동차부품과 조선기자재 등 전환산업군의 우수한 경쟁력, 연평균 3%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항공기 제작 산업의 고부가가치 매력, 여객과 물류 등 글로벌 항공수요의 지속적인 증가 등을 고려하면 항공부품산업에 대한 집중육성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현재 지역 항공부품산업의 부가가치율은 44.2%로, 조선 및 기자재(25.2%), 자동차부품(33.8%), 철강(23.7%), 전기기기(34.5%), 신발(34.8%) 등 지역 주력 제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아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으로 기대가 높다. 실제 상의의 모니터링 결과 지역 항공부품업체들은 전략산업으로의 성장을 돕는 정책지원과 집적화를 통한 산업생태계의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업체들은 항공산업의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 보잉과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제조사의 까다로운 인증절차, 단순 가공 및 조립공정 비중이 높은 점 등으로 조선기자재나 자동차부품 기업의 사업전환에 따른 리스크도 예상했다.
최근에는 항공기 바잉파워를 앞세운 중국, 기술과 자본력에서 우위에 있는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 간 저가수주 경쟁으로 기존 제조업이 겪고 있는 애로를 항공부품업종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의 60%를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하고 있는 지역 최대 항공기업인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최근 항공기 바잉파워를 앞세운 중국과 인도의 추격으로 군용을 포함한 무인기 사업을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전략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날개구조물을 제작하는 항공부품 제조업체 하이즈항공과 현항공산업은 지역 항공부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경남 사천과 같은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산업 집적화 및 미국의 OMIC(Oregon Manufacturing Innovation Center)와 같은 인증센터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항공의 협력사 A사와 B사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으로 글로벌 수주 단가가 인하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 특성상 주도적인 글로벌 시장 개척도 어려워 국내 시장만으로는 신규기업의 진입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전했다.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다 대한항공으로부터 탄소섬유소재 관련 기술을 인정받아 항공부품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C사는 수 천 만원의 인증 비용과 1년 이상의 소요기간, 매년 인증 갱신비용 부담 등 항공부품산업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인 인증에 대한 애로를 토로했다.
대한항공에 날개 등을 납품하는 D사는 부산의 항공산업이 사천에 비해 기술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산업 집적화 미비와 영세기업 비중이 높아 경쟁력이 열위에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항공기 정비 부문에선 국내 최고 수준인 만큼 MRO와 관련된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잉에 납품하는 E사는 사천과 비교할 때 부산은 인프라만 구축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으며, 인력 부문은 부산이 우위라고 응답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항공부품산업이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 진입을 위한 최적의 전략산업으로 보이지만, 산업 특성상 글로벌 인증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투자회수 기간도 길어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일부에서는 이미 항공산업을 특화하고 있는 인근 사천과의 출혈 경쟁을 우려하지만, 저가항공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비춰보면 사천과의 전략적 협업관계 구축을 통해 부산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 집중 육성에 나서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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