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연방 하원이 27일(현지시간)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연립정부 파트너였던 극우 자유당의 ‘부패 스캔들’로 지난 18일 연정을 해산했던 쿠르츠 총리는 자유당과 제1야당 사민당 공세로 10일 만에 자신도 총리직에서 물러나고야 말았다. 연정 파트너의 부패 스캔들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인 우파 국민당의 1위를 이끌며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야당이 장악한 하원에 의해 맥없이 쫓겨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쿠르츠 총리는 국민당이 유럽의회에서 승리한 밤을 즐긴지 하루 만에 불신임 투표에 의해 축출됐다”면서 “야당 정치인들은 그의 전 극우 연정 파트너를 집어삼킨 부패 스캔들에 대한 그의 대처가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8일 연정 해산 이후 오스트리아는 과도 내각을 꾸렸으나, 쿠르츠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내각이 모두 해산되면서 9월 조기 총선 때까지 당분간은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17일 슈트라헤 부총리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즉각 다음 날 연정을 꾸렸던 자유당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자유당 소속 장관들을 모두 해임했다. 그러나 해임된 자유당 소속 헤르베르트 키클 전 내무장관은 21일 "쿠르츠 총리가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에게 불신을 갖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며 총리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어 26일 오스트리아의 제1야당인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 파멜라 렌디-바그너 대표 역시 당 지도부 회의를 마친 후 "불신임 투표에 찬성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동조의사를 보냈다. 사민당(52석)과 자유당(51석)은 하원 전체의석(183석)의 과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이 불신임안을 상정한다면 총리의 사임은 거의 확실시 되던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불신임안은 당장 27일 오후에도 열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된다면 “쿠르츠 총리는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황당하게 해임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었는데, 이 ‘황당한 시나리오’가 정말로 현실화된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투표 가결로 물러난 것은 1945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한편 27일 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당은 현지 출구조사 추정치에 따르면 35.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사민당은 23.5%를 득표해 2위, 자유당 당수인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전 부총리의 부패 추문으로 타격을 입은 극우 자유당은 5년 전에 비해 득표율이 2.2% 떨어져 17.5%에 머물 것으로 조사됐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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