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서 “김정은 똑똑해” 제재 유지는 고수
아베 “납치문제 해결 위해 金 만나겠다” 北에 회담 거듭 제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미일 정상회담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똑똑하다”고 치켜세우는 등 유화적 메시지를 띄우며 비핵화 결단에 대한 기대감을 재차 드러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달리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도 시사하며 북한과의 긴장 고조를 피했다. 표면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만한 당근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북 상황을 관리하고 기존 제재 틀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견인하겠다는 기존 전략을 유지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국빈방문 사흘째인 이날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를 발전시키길 고대한다. 그는 핵을 가지고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나쁜 일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매우 똑똑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그런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성격도 함께 담긴 메시지다. 그는 수시로 언급해왔던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재차 거론하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통해 그의 나라를 변화시키는 기회를 잡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내 사람들은 (안보리 결의) 위반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나는 다르게 본다”면서 “아마도 관심을 끌기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아베 총리도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유감이다”고 표명한 것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북한의 발사체를 ‘작은 무기’로 표현하며 “다른 사람들은 거스르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고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던 전날 트윗의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능지수가 모자란 멍청이’로 비난한 데 대해서도 “그(김 위원장)와 의견을 같이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에 대한 유화적 수사 외에 협상을 실질적으로 촉진시킬 만한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핵 포기를 결단할 때까지 나쁜 합의를 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경제 제재로 압박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그 기간 미국 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사적 긴장 악화는 피하겠다는 의도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모두 발언에선 “북미 간에는 멋진, 어쩌면 훌륭한 경의가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과 많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거듭 제안하면서도 납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납치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 나 자신이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결의”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도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하겠다는 강한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납치 문제는 내 머릿속에 있다. 꼭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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