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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한국제품 구입액만 12조… ‘떨고 있는’ ITㆍ반도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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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한국제품 구입액만 12조… ‘떨고 있는’ ITㆍ반도체 기업

입력
2019.05.28 04:40
수정
2019.05.28 08:3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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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한국에 ‘화웨이 절교’ 요구땐 대다수 기업 휘청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이 노골적인 반(反) 화웨이 행보를 이어가자,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정보통신(IT)ㆍ전자 업체들이 미래 전략을 짜지 못하는 등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동맹국인 한국에 화웨이와의 전면 거래 금지를 요구하면, 최악의 경우 5세대(5G) 이동통신 등 주요 IT 사업에서 이탈하는 한국 업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 되면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반도체 산업 역시 바닥 없는 추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한 금액은 100억달러(약 11조8,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전체 금액의 6.1%에 달하는 수치다. 화웨이와의 거래가 전면 금지될 경우 국내 ITㆍ전자 업체 대다수가 휘청일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미국은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려놨지만, 거래 중단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또 화웨이와 거래하는 제 3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실행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향후 미국이 자국 안보를 이유로 더 강도 높은 제재안을 시행한다면 한국 기업이 화웨이와 아예 거래할 수 없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화웨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신사업을 추진해온 LG유플러스 등 한국 기업이 입는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화웨이 5G 통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5G 기지국 장비 물량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망 구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망 추가 구축과 유지 보수 등에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의 요구 등으로 망 교체 작업에 나서야 할 경우 5G 사업 경쟁력은 크게 약화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안 문제가 명백히 드러나 화웨이 통신망을 교체해야 한다면 그 비용도 문제지만 교체 시간도 많이 걸려 LG유플러스는 5G 사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선망 구축에는 다른 통신사들도 모두 화웨이 장비를 썼기 때문에 장비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중국 매출 비중. 그래픽=강준구 기자
SK하이닉스 중국 매출 비중.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국 수출 물량이 많은 국내 반도체 업계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 내 IT 시장이 크게 활성화 되면서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이 시장을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최대 공급자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은 3조 1,6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도 15%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주요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중국과의 관계 경색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가 불거졌을 때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주 타깃이 된 롯데는 현지에서 운영중인 100여개의 롯데마트 문을 닫고 중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지역별 매출. 그래픽=강준구 기자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지역별 매출. 그래픽=강준구 기자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안보 이슈가 더해지고, 한국이 결국 미국 편에 설 수 밖에 없을 때 문제가 심각해 진다”며 “중국이 과거 롯데에 했던 것처럼 한국 기업이 운영중인 공장 시설 등에 대해 과도한 규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 사태가 장기화 되면 과거 사드 사태 때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우리 경제가 입은 피해액은 16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소재부품 수출액 120조원의 13%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 분야에 중국이 손을 대면 우리 IT 산업이 받는 타격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타협을 통해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시나리오가 우리에겐 최선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에 올렸으나, 이 조치가 언제부터 시행될 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제한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미ㆍ중 무역 분쟁이 타결 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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