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축구의 ‘뜨거운 여름’ 맞이하는 여름 인터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선두 광주FC 부주장 여름(30)이 경기장에서 무릎 꿇은 모습이 화제가 됐다. 지난 5일 전남과 10라운드 홈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 아래쪽 바닥에서 무릎을 꿇은 채 끝까지 사인 요청을 받아 준 여름의 성의에 감동받은 팬이 구단 SNS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다.
그러나 광주의 오랜 팬들은 이 장면을 두고 “여름이 팬들에게 쏟은 애정의 빙산의 일각”이라며 웃는다. 26일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산과 광주의 K리그2 13라운드 경기 때 만난 광주 서포터 이정형(38)씨는 “여름은 입단 때부터 지금까지 팬들의 요청을 거절하거나 거만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라면서 “경기를 마친 뒤 버스에 기다리는 팬들에게 꼭 인사를 건네고, 상주 상무에 입대했을 때도 원정 응원 간 광주 팬들과 따로 만나 (당시 강등을 겪은)광주 걱정을 함께 나눈 선수”라고 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여름은 2013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상주 상무에 입대했던 2017~18년 만 빼면 모든 프로생활을 광주에서 해 온 프랜차이즈 스타로,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을 보이며 광주를 든든히 지켜 온 선수로 꼽힌다. 여름의 어머니 백형숙씨는 그를 “딸 같은 아들”이라며 “(경제적으로)힘들 게 뻔한 데도 용돈 한 번 달라고 먼저 얘기한 적 없다”고 했다. 백씨는 “그런 자세로 축구를 하고, 팬을 대할 것이다”라며 대견해 했다.
이번 시즌 광주는 여름의 든든한 활약 속에 K리그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 무패(7승 6무) 행진을 달리고 있다. 창단 이래 최고 용병으로 평가 받는 펠리페(27ㆍ브라질)가 9경기에 출전해 10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띄웠는데, 그가 부상 등을 이유로 결장한 4경기에서도 광주는 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선 화려하진 않지만 성실히 역할을 해 온 여름의 3경기 3득점이 큰 힘이 됐다.
무승부(0-0)로 끝난 아산전을 마친 뒤 만난 여름은 “팬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인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담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면서 “팬들 앞이라면 앞으로도 언제든, 얼마든 무릎 꿇고 사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광주의 관중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최선을 다해 뛰고 팬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많은 관중이 와주실 거라 믿는다”며 “꼭 승격을 해 내년에 많은 관중들과 창단 10주년을 맞고 싶다”고 했다.
여름은 광주의 이번 시즌 무패 행진 비결을 ‘원 팀(One team)’으로 꼽았다.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함께 모여 출전 선수들을 응원한단다. 그는 “사실 선수라면 뛰지 못할 때 아쉬움도 크고 질투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며 “곧 펠리페 등 부상 선수들도 완치한 만큼 광주 축구의 여름은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그는 “광주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지만, 서포터들은 “더 좋은 팀에 가더라도 아낌없이 응원하겠다”며 여름을 지지했다.
아산=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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