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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 관찰하는 거야” ‘개콘’ 1,000회가 일깨운 코미디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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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 관찰하는 거야” ‘개콘’ 1,000회가 일깨운 코미디의 숙제

입력
2019.05.28 04:40
수정
2019.05.28 09: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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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실의 강선생님’ ‘생활 사투리’ 옛 코너 재연에 시청자 호응

맥락 있는 개그와 연기력 ‘콩트 코미디’ 중요성 환기

강유미와 안영미, 정경미, 김경아가 지난 19일 KBS2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에서 선보인 '분장실의 강선생님'. 안영미는 ‘개그콘서트’ 녹화가 끝난 직후 ‘아이언맨’ 분장을 한 채로 MBC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했다. KBS 제공
강유미와 안영미, 정경미, 김경아가 지난 19일 KBS2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에서 선보인 '분장실의 강선생님'. 안영미는 ‘개그콘서트’ 녹화가 끝난 직후 ‘아이언맨’ 분장을 한 채로 MBC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했다. KBS 제공

“아빠, 걱정거리가 있어요. ‘개그콘서트’(‘개콘’)는 공개 코미디잖아요. 그런데 요즘 관찰 예능이 유행이라 ‘개콘’ 인기 떨어질까 봐 걱정이에요” “몰랐니? 여기 온 사람들 너희 관찰하러 온 거야”. 지난 19일 KBS2 ‘개그콘서트’ 1,000회에서 개그맨 정종철과 박준형이 코너 ‘사랑의 가족’에서 한 개그다. 이 짧은 대화엔 ‘뼈’가 있다. 시청률 부진의 원인을 시청자가 좋아하는 콘텐츠의 유행 변화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서다.

◇박준형이 ‘개콘’에서 관찰 예능 얘기한 이유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과 MBC ‘나 혼자 산다’ 등 방송가에서 관찰 예능이 ‘대세’인 건 맞지만, 세상의 관찰에서 비롯돼 풍자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의 본령을 따르면 잃어버린 웃음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일침이었다.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박준형은 “방송가의 이슈와 후배 개그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엮어 준비한 에피소드”라고 말했다.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이 모여 ‘개콘’의 인기 코너였던 ‘사랑의 가족’을 다시 선보이기는 13년 만이다.

2000년대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개그맨들이 선보인 촌철살인에 시청자는 뜨겁게 반응했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엔 ‘웃다가 눈물 났다’(suja****), ‘몇 년 만에 ‘개콘’ 다운 ‘개콘’을 본 건 지’(thtg*****), ‘가족을 다 웃게 만들어 줬다’(rlar****) 등의 글이 올라왔다. 19일과 26일 2주일에 걸쳐 전파를 탄 ‘개콘’ 1,000회 평균 시청률은 8.2%(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요즘 ‘개콘’ 시청률이 5%대를 맴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오랜만에 프로그램에 훈풍이 분 꼴이다.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이 지난 19일 KBS2 '개그콘서트' 1,000회에서 선보인 코너 '사랑의 가족'. KBS 제공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이 지난 19일 KBS2 '개그콘서트' 1,000회에서 선보인 코너 '사랑의 가족'. KBS 제공

◇“ ‘갸루상’ 분장법 잊어”

‘개콘’ 1,000회는 ‘별들의 축제’였다. 강유미ㆍ안영미가 의기투합해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김병만이 ‘달인’을, 김시덕ㆍ이재훈 등이 모여 ‘생활 사투리’ 등 옛 인기 코너를 다시 선보였다. 속사포처럼 빠른 말로 지하철역 이름을 줄줄이 꿰 웃음을 준 ‘수다맨’(강성범)을 비롯해 진한 화장과 일본식 말투로 폭소를 자아낸 ‘갸루상’(박성호) 등도 나와 프로그램을 빛냈다.

축제가 마무리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박성호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 5~6년 만에 ‘갸루상’을 하다 보니 분장하는 법을 잊어 준비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캐릭터에 맞춰 의상을 준비하는 데 시행착오가 많았다. 김경아는 “의상 준비를 후배들이 도와줬는데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위해 진짜 정색하고 스파이더맨 옷을 구해와 당황했다”며 “빨간색 쫄쫄이를 다시 사 일부러 허술하게 옷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음불가’팀은 1주일 동안 가수 폴킴의 히트곡 ‘모든 날 모든 순간’을 준비했으나, 녹화 이틀 전에 갑자기 선곡을 바꿨다. 변기수는 “고음과 저음의 대조를 극대화해 들려주기 위해 (보컬그룹) 장덕철의 ‘그날처럼’로 바꾼 것”이라며 “(이)수근이형이 ‘그래도 13년 만에 다시 하는 코너인데 사람들이 다 아는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1995) 같은 신곡을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해 제일 황당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개콘’ 관계자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방송돼 주목 받은 코너 ‘남성인권보장위원회’는 요즘 시대상과 맞지 않아 재연을 포기했다. 연차 ‘높은’ 개그맨들이 줄줄이 출연해 기수가 제일 낮은 김준현(KBS 22기 개그맨ㆍ2007)은 오전 10시쯤부터 나와 가장 먼저 리허설을 했다. 코너 ‘씁쓸한 인생’으로 ‘개콘’ 1000회를 빛낸 김대희는 “1999년 7월 19일 ‘개콘’ 파일럿 방송부터 시작해 1,000회까지 출연해 만감이 교차했다”고 기뻐했다.

◇스탠딩 코미디로 패러다임 변화?

‘개콘’ 1,000회의 화제로 요즘 ‘개콘’의 약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1,000회에 소위 ‘레전드 코너’와 함께 방송된 신규 코너 ‘오목고시원’과 ‘전지적 구경시점’ 등은 맥락 없는 개그의 씁쓸함을 보여줬다. 유행어 ‘빠져 봅시다”로 친숙한 ‘안어벙’(안상태)과 “아니죠~맞습니다”로 웃음을 준 ‘변선생’(변기수) 등 연기파 개그맨들의 부재로 콩트 코미디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 보였다. 정덕현 방송평론가는 “콩트 코미디에서 스탠딩 코미디로 요즘 코미디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추세”라며 “프로그램 재정비를 위해 ‘개콘’이 시즌제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KBSㆍMBCㆍSBS 중 개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은 KBS가 현재 유일하다. 활동 15년째를 맞은 지상파 출신 개그맨은 “지상파는 시청률이 안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오디션 등 포맷 변화를 통해 꾸준히 제작을 이어오는데 개그 프로그램 투자엔 인색하다”며 “개그맨들이 TV 밖으로 나와 유튜브나 공연장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선보이며 새 길을 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도연은 지난해, 박나래는 지난달 스탠딩 공연을 꾸렸다. 윤형빈은 내달 8일부터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여러 개그맨들이 공연하는 ‘릴레이 코미디위크’를 연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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