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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베 총리의 ‘오모테나시’

입력
2019.05.27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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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가려서 그렇지 미일 간의 무역 긴장도 만만찮다. 두 나라 관계는 ‘신(新)밀월’이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좋다지만, ‘트럼프발(發)’ 통상 현안을 두고는 신경전이 뜨겁다. 27일 정상회담 전날,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남녀 사이로 치면 ‘꿀처럼 달콤한 시간’을 보낸 것처럼 보인다. 함께 골프를 치고 스모도 관람하더니, 저녁엔 부부가 일본식 선술집 로바다야키에서 격식을 풀고 식사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아베 총리로서는 어렵고 고단한 하루였을지 모른다.

□ 트럼프에 대한 아베의 극진한 대접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현안인 무역협상을 보다 쉽게 풀어보려는 외교적 노력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일본에 대해서도 ‘무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특혜적 관세 인하, 일본산 자동차 수출 제한, 의도적 엔저 방지 조항 등을 일본 측에 요구해 왔다. 지난달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 때는 “내가 (5월에 일본을) 방문할 때까지, 아마 거기서 서명할 것”이라며 미국 요구를 반영한 무역협상 타결을 압박해 왔다.

□ 하지만 아베로서는 트럼프의 압박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엔저 방지 조항은 과거 ‘플라자합의’처럼 두고두고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특혜적 관세 인하도 농민들의 광범위한 반발을 사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망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중국 북한 등에 대응하는 미국과의 동맹외교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트럼프 면전에서 미국의 통상 요구를 일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이번 정상회담에선 갈등을 피하고 무역협상을 뒤로 미루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됐다.

□ 일본이 미국의 통상압력에 ‘결사항전’을 외치며 정면으로 맞선 적이 있다. 1995년 미일 자동차협상 때였다. 당시 미국은 악명 높은 보복 조치인 ‘슈퍼 301조’를 앞세워 시장개방 수치 목표까지 들이대며 일본을 압박했다. 그러자 하시모토 류타로 당시 통산성 장관은 “미국의 무역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후에 총리까지 올라가는 인기 가도를 구축했다. 그때와 달리, 아베는 이번에 ‘오모테나시’를 앞세운 접대외교를 통해 참의원 선거 후까지 무역협상을 유예받는 ‘성과’를 거뒀다. 오모테나시는 일본 고유의 ‘온 마음을 다하는 환대의 정신’을 뜻한다고 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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