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만에 1,000만원선을 다시 넘어섰다. 소문으로 돌던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발행 계획이 한층 구체화되며 ‘화폐’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데다,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안전자산’으로 대접받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거란 전망도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반짝 급등 아니다?
27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비트코인의 코인당 가격이 1,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날 오후 3시 비트코인은 하루 전보다 7.77% 오른 1,033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을 넘은 건 지난해 5월4일(1,009만원) 이후 처음이다. 이더리움(6.35%), 라이트코인(10.29%) 등 다른 암호화폐들도 이날 함께 가격이 올랐다.
비트코인의 부활 조짐은 올해 4월부터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약 5개월 동안 300만~400만원 대에 머물던 비트코인은 4월 1일을 기점으로 500만원 중반대까지 올랐다. 당시엔 업계에서도 뚜렷한 상승요인을 설명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국 증권당국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한 미국 경제매체의 만우절 가짜뉴스 덕이라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후 한 달 넘게 50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5월 중순 2배 가까이 올라 1,000만원 목전까지 치달았다. 암호화폐가 실제 화폐로 거래될 경로가 열리고 있다는 뉴스가 호재로 꼽혔다. 실제 미국 선물거래소 백트(Bakkt)가 오는 7월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여기에 페이스북ㆍ나이키ㆍ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암호화폐 결제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미중 갈등이 상승 재료”
지난 보름 간 900만원대에서 머물던 비트코인이 마침내 1,000만원선을 넘어선 데는 화폐로서의 통용 기대감이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발행 계획 구체화가 결정적이다.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자체 암호화폐 발행을 위해 미국 최대 트레이딩 업체인 점프 및 DRW뿐 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및 제미니를 만났다. 이 만남에서 페이스북은 새 암호화폐를 발행했을 때 거래가 가능한 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페이스북이 단순 결제와 구매 차원을 넘어 ‘더 크고 개방적인’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을 상승 재료로 든다.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여겨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외환 및 차익거래서비스 제공사인 XTB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치담은 “미중 무역 긴장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 암호화폐업계에서는 당분간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암호화폐 사업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상승장에 진입한 거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다만 경계론도 여전하다. 미국 금융기업 JP모건체이스는 17일 “상품으로서 비트코인 생산비용을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 가격이 본질적 가치를 넘어섰다”며 “2017년과 같은 ‘급등 후 급락’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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