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첫 재판에서 “검찰 수사는 총체적 위법이었다”며 사법농단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통해 심정을 밝혔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2016년과 2017년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당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들고나온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파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사상 초유의 전ㆍ현직 법관에 대한 수사라 검찰 역시 고충이 있었을 테지만, 절차상 총체적 위법수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별건 압수수색 △언론을 활용한 대대적 피의사실 공표 △표적수사 △과잉수사 △별건수사 △영장주의 위반 등을 검찰의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ㆍ현직 판사들이 남의 일일 때는 무덤덤하다가 자기 일이 되고서야 기본적 권리, 절차적 권리를 따진다는 언론과 국민의 질책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때로는 삶이 죽음보다 더 구차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의 이 같은 주장에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드러났고, 나아가 중요한 증거들을 고의로 인멸한 사실이 있어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부분을 가볍게 치부하고 마치 검찰이 절차를 위배해 수사한 것처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선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 모두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각기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하거나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동향을 수집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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