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캐빈 나,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서 통산 3승째
퍼팅 하자마자 공 줍는 동작·표정 우즈도 흉내낼 만큼 볼거리
부상으로 받은 닷지 챌린저 차량, 약속대로 캐디에 선물해 화제
재미교포 케빈 나(36ㆍ한국명 나상욱)는 퍼트 때 독특한 몸짓으로 골프 팬들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퍼터를 떠난 공이 홀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을 꺼내려 움직인다. 공이 들어가면 치아가 드러나도록 활짝 웃고, 아깝게 홀을 비껴가면 절망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타이거 우즈(44ㆍ미국)는 지난 3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케빈 나의 동작을 따라 해 갤러리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고, 안병훈(28ㆍCJ대한통운)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케빈 나 따라잡기’영상을 올리며 친근함을 드러낼 정도다.
PGA 무대를 유쾌하게 만드는 데 재주가 있는 케빈 나는 자신이 우승을 거둔 뒤에도 가족과 캐디, 한국인 후배들에게 물심양면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파70)에서 끝난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통산 3승째를 따낸 그는, 만삭의 아내에 키스하며 고마움을 전했으며 응원해준 후배 한국인 선수들에겐 “앞으로도 언제든지 더 도와주고 조언해 줄 수 있다”며 든든한 형 역할을 자처했다. ‘같이의 가치’를 일깨운 우승 소감이다.
특히 이날은 자신이 부상으로 받은 1973년형 닷지 챌린저 클래식 차량을 곧장 자신의 캐디 케니 함스에게 선물해 화제가 됐다. 함스는 이 대회가 시작하기 전 자신의 SNS에 대회장에 전시된 차량 사진을 올리며 “케빈 나가 우승하면 이 멋진 자동차는 내 것”이라며 케빈 나의 약속을 전하기도 했는데, 케빈 나가 진짜로 우승을 거둔 뒤 약속을 지킨 것이다. 11년간 자신의 캐디 가방을 맨 함스에게 차량을 선물한 케빈 나는 “그는 그만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통 큰’ 배포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USA 투데이는 “아마도 맷 쿠처는 이 소식(케빈 나의 통 큰 선물)을 듣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쿠처는 지난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해 129만6,000달러의 상금을 받고도 캐디에게 5,000달러만 준 사실이 알려져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케빈 나의 이번 우승은 다소 여유로웠다. 이날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케빈 나는 2번홀(파4)에서 1m 버디를 잡아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4번홀(파3)에서 먼 거리 퍼트를 성공한 케빈 나는 10번홀까지 버디 2개에 보기 2개로 제자리 걸음을 하며 2타차 선두를 유지했다. 케빈 나는 막판으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했고, 경쟁자들은 후반에 무너졌다. 14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케빈 나는 2타차로 따라오던 토니 피나우(30ㆍ미국)가 16번홀(파3)에서 1타를 잃으면서 4타차까지 벌려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케빈 나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3m 버디로 우승을 자축했다.
18번홀 그린에서 아내와 딸을 얼싸 안은 케빈 나는 만삭의 아내 배를 쓰다듬으며 한국 말로 “어우~ 우리 아기”라고 소리치며 기쁨을 나눴다. 이번 우승으로 131만4,000달러의 상금을 쌓은 그는 역대 34번째로 PGA투어 통산 상금 3,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또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도 지난주 52위에서 21계단이 오른 31위에 자리했고, PGA 플레이오프 진출권과 내년 마스터스 등 특급 대회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o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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