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소득 상하위 격차 9.91배 역대최고, 저소득층 근로소득 급감 탓
文정부의 임금개입 정책 등 영향… 노동정책 수정 없인 돈만 낭비”
‘시장소득’으로 따진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은 무려 9.91배였다. 시장소득은 근로ㆍ사업ㆍ재산ㆍ사적이전(자식들의 부모 용돈, 사적 채무 이자 등) 소득을 모두 합한 수치로, 정부 정책 효과(공적이전소득)를 제외하고 시장에서 올릴 수 있는 소득 전체를 말한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 가구 소득을 제외하면 상하위 계층간 소득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지난 1분기 1분위와 5분위 간 전체 소득격차가 작년보다 소폭 줄었음에도, 오히려 시장소득 격차는 크게 벌어진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각종 경기ㆍ일자리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민간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통계청의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80배로 1년 전(5.95배)보다 0.15배 포인트 하락했다. 단순 풀이하면 지난 1년 간 소득 상위와 소득 하위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도 1분기 기준 5분위 배율이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점을 두고 “1분위 소득 감소세가 완화되는 등 그간의 분배지표 악화추세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이 수치에는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보다 고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소득층인 5분위의 소득은 지난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2% 감소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1분기 8.0% 감소했던 1분위 소득은 올해 1분기에는 2.5% 감소에 그쳤다.
표면적인 분배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작 노동이나 사업을 해서 버는 돈은 늘지 않는 점이 문제다. 1분기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중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12.1%와 1.2% 감소했다. 5분위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도 각각 2.8%와 5.5%가 줄었다. 소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66.7%)이 저소득층에서 더 크게 줄어들다 보니 시장소득 5분위 배율도 간격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9.91배는 1년 전(8.96배)보다 0.95배 포인트, 2년 전(7.73배)보다는 무려 2.18배 포인트나 높다. 고소득층의 시장소득이 감소했음에도 시장소득 격차가 커진 점을 보면,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든 저소득층이 소득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이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각종 경기 대책을 발표해 왔음에도, 이처럼 시장소득 격차가 커진 것은 정책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특히 정부의 임금 개입 정책 등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어 근로소득이 줄어든 저소득 계층이 많았다는 의미”라며 “노동비용 충격 부분을 해소하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세금으로 소득을 뒷받침하는 현재의 상황도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세금으로 소득을 보전하는 정부의 이전지출은 언제 아무 때나 해도 소득을 올리는 효과는 낸다”며 “다른 노동정책 수정이 없이는 분배도 성장도 달성하기 어려워 돈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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