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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 원유 응고에도… 석유공사 ‘나 몰라라’ 방치

입력
2019.05.27 14:00
수정
2019.05.27 20: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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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결과… 81만배럴 품질 부적합, 유사시 방출 차질 우려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급 위기에 대비해 비축해둔 원유가 유사시 방출하기 힘들 정도로 굳어가고 있는데도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석유공사가 ‘나 몰라라’ 방치 중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27일 감사원이 공개한 석유공사 기관 운영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석유공사 서산지사는 2017년 4월 비축 원유 정기 품질 검사 때 지상탱크에 보관돼 있는 원유 58만여배럴의 점도가 품질 기준보다 5.2배 높은 데다 유동점(응고되는 온도)도 기준(-18°C)에 비해 13도나 높은 -5도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점도가 기준 이상으로 높을 경우 원유 펌프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고 행여 원유가 응고돼 버리기라도 하면 유동성이 떨어져 위기 상황 발생 때 비축 원유를 방출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비축 원유의 품질이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6월 같은 탱크를 대상으로 공사가 정기 품질 검사를 해본 결과 기준의 5.2배이던 점도가 14.7배까지 상승했고, 유동점도 7도 더 올라 2도에 이르렀다. 감사원은 감사 시점인 올 3월 현재 이런 상태의 ‘부적합 원유’가 81만 5,000배럴에 달하는데도 공사가 품질 악화 원인 분석이나 개선 방안 강구 없이 그냥 버려두고 있다며 품질 부적합 발생 원인 및 조치 방법을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현재 석유공사는 연 1회 정기 품질 검사 결과 비축 원유가 부적합품으로 판정될 경우 원인 및 조치 방법을 검토해 세부 조치 계획을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원유에 있는 휘발성 성분이 날라가면서 점도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점도가 높아져도 점도가 낮은 경질원유와 섞으면 재활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주업체를 상대로 한 석유공사의 ‘갑질’ 정황도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비축 지사 경비 용역 계약과 관련해 공사는 용역 수행 중 결원이 발생할 경우 인당 용역 단가의 200%를 공제하게 하는 등 비축 지사 경비(12건), 사옥 관리(7건), 가스전 관리사무소 경비(8건), 구내식당 조리인력 관리(7건) 등 4개의 단순 노무 용역 계약에서 모두 34건의 부당특약을 정하고 있었다.

국가계약법 등 현행법과 고용노동부의 ‘용역 근로자 근로 조건 보호 지침’ 등에 따르면 용역 계약 등에서 계약 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등을 발주자가 정하지 못하게 돼 있으며, 용역업체에 대한 부당한 업무 지시 등에 해당하는 부당 조항은 개선하도록 돼 있다.

재하청의 경우에는 하청업체의 갑질이 묵인됐다. 가령 공사가 발주한 ‘울산 비축기지 지하화 건설 공사’와 관련, 수급 업체 A사가 B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각종 환경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하도급 업체에 있다”는 내용의 특약을 설정하는 등 5개 하도급 업체와 총 34건의 부당특약을 설정하고 있었는데도 공사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앞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 부당특약을 설정하거나 하도급 계약에 부당특약이 있는데도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공사 사장을 상대로 ‘주의 요구’를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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