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한창인 중국이 이번에는 95세 참전용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초심을 지키면서 사명을 다하며 살아온 그의 일생을 부각시켜 중국인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밖으로는 연일 미국을 향해 거친 언사를 퍼붓고, 안으로는 평범한 이웃의 가슴 뭉클한 사연으로 심금을 울리는 양면 전술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27일 “신념을 지키는 빛은 꺼지지 않고, 신앙의 나무는 항상 푸르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요 지시를 강조했다. 장푸칭(張富淸)의 인생역정을 향한 헌사인 동시에 현재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그를 본보기로 삼아 각자의 위치에서 분투해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나 다름없다.
장 옹은 영락없는 동네 할아버지 스타일이다. 늘 웃는 표정에 푸근한 말투다. 지난해 11월 아들이 퇴역군인사무국에 가서 부친의 서류를 떼는 과정에서야 과거 공적이 드러났다.
그는 1948년 11월 인민해방군과 국민당이 맞붙은 화이하이(淮海) 전투에 참전했다. 현재의 중국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치른 3대 전투에 꼽힐 만큼 격전이 펼쳐졌다. 장 옹은 당시 서북 야전군 소속으로 돌격대 임무를 맡아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적진을 폭파하고 무기를 노획하며 고지를 점령했지만, 함께 싸운 동료들은 모두 죽었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감싸며 정신이 들었을 때는 온몸 곳곳에 파편이 박혀 있었다.
그는 전역 후 허베이(湖北)성 라이펑(來風)현의 은행에서 일하다 은퇴했다. 현재 외딴 산간지역에서 40년이 다 돼가는 낡은 집에 살고 있다. 급기야 88세이던 7년 전에는 병이 악화돼 왼쪽 다리를 잘랐다. 이후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참전군인의 긍지를 깊이 간직하면서 주변사람들을 먼저 챙기며 봉사의 미덕을 잃지 않고 있다.
이처럼 초심, 사명, 봉사, 헌신 등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 국면에서 부쩍 강조하는 온갖 덕목이 장 옹의 삶에 녹아있다. 앞서 21일 시 주석이 1934~36년 1만2,000㎞의 대장정을 거쳐 중국 건국의 초석을 닦은 홍군의 정신을 부각시킨 것과도 맥이 닿아있다. 홍군은 장 옹이 속했던 인민해방군의 전신이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가 고조되던 지난달에는 지뢰제거 작업 도중 눈과 팔을 잃은 두궈푸(杜国富)를 인민의 영웅으로 칭하면서 그의 군인정신을 높게 기리기도 했다.
장 옹의 삶을 접한 중국인들은 “그의 삶은 내 인생의 새로운 좌표(베이징대 대학생)”,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공산당원(한 회사원)” 등 호평 일색이다. 미국과의 최후 결전을 앞두고 여론을 결집할 새로운 구심점을 확보한 셈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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