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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전 유엔대사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은 규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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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전 유엔대사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은 규정 위반”

입력
2019.05.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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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효상 의원에 “후배 경력 완전히 망가뜨려” 비난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을 두고 여야가 극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했고, 한국당은 야당 의원에 대한 겁박을 중단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전직 고위 외교관은 “업무규정 위반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김숙 전 주유엔대사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국가 보안업무규정에 위배되므로 절차를 거쳐 책임을 물어야 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을 “외교안보 업무를 다루는 재외공관의 중견 외교관이 3급 비밀로 분류된 사항을 정치인에게 유출시키고, 정치인은 이를 공개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 전 대사는 주미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 주토론토영사관 총영사,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대사는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와 이를 공개한 강 의원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우선 K씨에 대해 “의도적이냐 부지불식간에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언급하게 됐느냐는 것은 중요치 않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라며 “기강 해이나 보안의식이 굉장히 약해졌다. 치명적인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 공방으로 번진 것은 큰 잘못으로 생각된다”면서 “(강 의원의 대구 대건고) 후배 외교관의 경력을 완전히 망가뜨렸다”고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한 것”이라는 강 의원의 주장을 두고는 “불법 또는 비법적으로 획득한 것을 공개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이번 일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으니 별일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김 전 대사는 양국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봤다. 김 전 대사는 “안보상 민감성이 있든 없든 정상 두 분이 한 얘기가 바깥으로 나갈 정도면 상대방에서 우리 측에 대한 신뢰가 점점 얇아지게 되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사는 국회를 통해 국가기밀이 공개되는 관행도 문제라고 봤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외부 유출 금지를 전제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업무를 보고하는데, 보고가 끝나자마자 여야 간사가 경쟁적으로 언론에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 또는 공인들이 보안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고쳐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의회 상원 정보위에 보고하는 것이 바깥에 나가면 범죄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일본 방문(5월 25~28일)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방한한다면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일정이 바빠 문 대통령을 만나는 즉시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며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외교관 K씨는 조사를 받기 위해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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