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마당 경찰 조사 시작되면서 주민들 협박과 회유 등 2차피해 시달려

100년 역사의 대구 집장촌 자갈마당에서 한 주민이 이곳을 관리하는 조직폭력배의 무고로 8개월의 실형을 살았다고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전ᆞ현직 경찰 10명에 대한 비리 진정을 수사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진정 전부터 자갈마당 조합 측으로부터 협박과 공갈, 회유 등 2차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27일 경찰과 자갈마당 이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자갈마당 주민 A 씨는 최근 이곳을 관리하던 조폭 두목 B 씨를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B 씨의 강요로 인근 성매매 업소를 신고한 후 오히려 B 씨에게 폭행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어처구니없는 모함에 빠져 8개월의 실형을 살았다는 것.
A 씨는 2016년 3월 B 씨로부터 인근 성매매 업소를 신고하라는 강요에 못이겨 지구대에서 자술서를 쓰던 중 B 씨에게 불려 나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지구대 경찰들은 B 씨가 지구대 앞에서 폭행당할 때도 제지하지 않았다.
A 씨는 다음달인 4월 폭행사건을 신고했지만 뜻밖에도 동네 할머니를 강제추행하고 주변 업소에 공갈을 친 혐의로 피의자가 됐다. A 씨는 “비오는 날 할머니가 빗속에 쓰러져 있는 걸 보고 입던 옷을 벗어주고 1만원을 쥐어줬던 것이 화근이 됐다”며 “B 씨가 폭행 신고를 철회하면 강제추행 건도 없애주겠다고 제안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시에도 경찰은 이미 작성한 합의서와 신고 철회서를 내밀며 서명을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를 강제추행 등 혐의로 사건을 처리했고, 검찰은 강제추행 혐의는 제외한 채 공갈 등 혐의로 기소했다. A 씨는 8개월의 실형을 살아야 했다.
자갈마당 주민들은 “이 할머니가 운영하던 성매매 업소의 가게 주인이 B여서, 할머니는 B가 원하는 대로 진술할 수 밖에 없었다”며 “B는 자갈마당에서 회장님을 넘어서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경찰은 “당시 지구대 안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더라도 A B 씨가 합의서를 모두 작성하고 지구대를 나간 후 폭행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경찰이 폭행을 방관한 것이 아니다”며 “A 씨는 다른 혐의가 입증돼 실형을 받았고, 무고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갈마당 주민들은 최근 B씨와 자갈마당 전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내용 유출과 협박 등 2차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자갈마당 주민들에 따르면 과거 조합 간부에게 협박 전화를 하고 금품을 받은 경찰관이 담당 조사관으로 지정돼 교체를 요청했고,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한 주민이 직장 상사로부터 “조사받을 때 좋게 얘기해달라”는 압박을 받았다.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조사에 응한 주민은 조합 간부로부터 “조사내용을 다 봤다”는 협박성 전화를 받기도 했다.
자갈마당 주민들이 지난 14일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C 경찰관은 2016년 봄 주점에서, 2018년 가을 호텔 룸살롱에서 고가의 향응을 대접받았고, D 경찰관은 자갈마당 고문과 수시로 연락하며 자갈마당 관계자를 함정수사하고 무고해 입건했다.
또 E 경찰관은 지난해 자갈마당 조합이 업주로부터 갈취한 돈을 전달받았고, F 경찰관은 2012년 수시로 홍삼과 자연산 전복, 가리비 등을 보내라고 강요했다. 한 퇴직 경찰관은 2013년 1,000만원을 받았고, 또 다른 퇴직 경찰관도 근무 당시 수시로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자갈마당 주민들에 따르면 업주들은 조합에 가입해 체계적이고 정기적으로 경찰에 상납했다. 조합 가입비는 1인당 500만~1,000만원이고 월 회비는 35만~50만원 선이었다. 조합비 중 수백만원이 매달 조폭과 경찰에게 건네졌고 ‘경찰의 날’ 등 특별한 날에는 50만~100만원을 따로 갹출하기도 했다.
자갈마당 이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자갈마당 비리와 관련한 경찰 수사가 전반적으로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인적사항과 수사내용까지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불안하다”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면 검찰에 호소해서라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협박과 회유 등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날짜는 진정서가 제출되기 전으로 보인다”며 “진정서에는 이니셜로 처리된 경찰관의 비위 내용을 몇 줄로 짧게 진술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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