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구성원 모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명문대생 친구의 소개로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IT기업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인다. 기우를 맞이하는 사람은 박 사장의 아내 연교(조여정). 박 사장네 가족은 세련되고 똑똑해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하고 순진하다. 연교는 기택네 가족의 얼렁뚱땅 작전에 속아 넘어가고, 기우를 시작으로 기택네 가족은 차례차례 박 사장네 집에 침투하듯 스며든다.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된 한국 사회를 재료 삼아 신자유주의 계급사회를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박 사장네 저택과 기택네 반지하 방의 공간 대비, 저택의 다층 구조, 공간들을 연결하는 계단의 수직적 이미지 등 빼어난 미장센이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실어 나른다. ‘기생’은 못 가진 자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상징한다. ‘설국열차’(2013)로 계급사회 전복을 시도하고 ‘옥자’(2017)로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고발했던 봉 감독의 시선이 더 날카로워졌다. 봉 감독은 “가난한 가족도 적당히 뻔뻔하고 부잣집 가족도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악당은 아니다”라며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데도 끝내 극한 상황에 치달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해외 언론들은 ‘기생충’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기생충’이 덩굴손처럼 뻗어 와 당신에게 깊숙이 박힐 것”이라고 평했고,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자체가 장르가 됐다”고 극찬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2003년 ‘살인의 추억’ 이래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라고 의미 부여했다.
‘기생충’은 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에서 평점 4점 만점에 3.5점을 얻었다. 평점이 공개된 경쟁부문 초청작 19편(전체 21편)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다. 소식지 평점이 심사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칸 현지 분위기가 그만큼 뜨거웠다는 걸 알 수 있다. 올해는 평론가들의 평점이 심사 결과에도 맞아떨어졌다.
칸=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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