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 공유서비스인 타다와 택시업계의 대립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업계의 저명 인사들이 타다 측이 택시 면허를 매입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정부는 일단 “현행 제도상 실현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번 제안을 계기로 정부와 업계가 보다 전향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 창업주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지난 23일 이재웅 쏘카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에 댓글을 달고 “타다가 요즘 6,500만원 정도 한다는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정부는 이 면허를 타다와 같은 (공유차량)사업의 면허로 전환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타다가)운행 중인 1,000대의 차량을 위한 면허 취득비용 650억원은 얼마든지 펀딩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잉공급된 개인택시 번호판을 국민 세금이 아닌 외국계나 대기업의 자금으로 줄일 수 있는, 아마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며 이 대표와 비슷한 제안을 했다.
이 대표 등의 주장엔 타다 측이 택시 면허를 매입한다면 택시업계는 과잉공급 부담을 줄이고 타다는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윈윈 전략’이 될 거란 기대가 깔려 있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 이면에 차량공유 서비스 등장으로 택시기사들의 ‘권리금’이자 ‘노후자금’으로 여겨졌던 면허 가격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던 만큼 ‘면허 매입’ 제안은 이를 해소할 복안이 될 수도 있다. 서울 기준 지난해 9,000만원에 육박했던 개인택시 면허 시세는 최근 6,000만원대 중반까지 낮아진 상태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경우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택시 감차 문제도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적정 수보다 1만대 이상 많아 구조적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택시 문제 해결을 위해 자율감차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상금 등의 문제 탓에 2016년 이후 실제 줄어든 택시 수는 74대에 그친다. 이찬진 대표 또한 “타다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하려면 차량 대수만큼 면허를 사서 감차를 하면 좋을 듯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인택시는 법인이면 누구나 살 수 있는 만큼 (법인택시) 회사를 사서 운영하는 것은 지금도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현행 제도상 개인택시는 개인간에만 양도ㆍ양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택시 면허를 회사가 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인에게만 혜택을 줄 수도 없을 뿐더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눈 사담에 과하게 의미를 두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웅 대표 또한 이날 페이스북에 “택시 기사가 면허 매각 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논의 없이 면허만 사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은 너무 한쪽 면만 보고 있는 것”이라며 면허 매입을 갈등 타개책으로 검토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업계와 정부가 함께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공유경제가 꽉 막히면서 IT업계에서도 해결을 위해 각종 포용적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라며 “법 때문에 면허 매입이 안되면 (자금을) 택시 감차 기금으로 내놓아 택시 감차에 활용하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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