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열병’ 영향 본격화 우려에 수입 냉동 한달 만에 10% 급등 
 “재고량 충분…좀 더 지켜봐야” 
서울 축산시장의 수입 냉동 삼겹살 가격이 최근 한 달 만에 10% 이상 오르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는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한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 중인 삼겹살. 이마트 제공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영향으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삼겹살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재고량이 많아 가격 오름세가 더는 악화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당 5,800원 수준이던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의 수입산 냉동 삼겹살 시세(도매가)는 5월 말 현재 ㎏당 6,400원까지 올랐다. 불과 한 달 만에 10% 이상 뛴 것이다.

해마다 4~5월에는 봄맞이 여행객이 늘고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삼겹살 수요가 늘어 돼지고기 가격이 2∼3% 정도 오르곤 한다. 그러나 10% 이상 폭등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ASF의 영향이 국내에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ASF에 걸린 돼지는 고열과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이다 보통 6~13일 안에 폐사한다. 치료약도 백신도 없어 ASF의 치사율은 거의 100%다. 중국에서는 ASF가 창궐하면서 1억마리가 되는 돼지를 살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돼지고기 생산량이 감소한 중국이 수입량을 크게 늘리면서 돼지고기의 국제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ME) 거래 자료에 따르면 돼지고기 선물 가격은 지난 3월 초 파운드당 65센트 수준에서 이달 23일 81.7센트까지 치솟았다. 유럽위원회(EC) 최신 자료에 따르면 5월 3주차(13∼19일) 유럽연합(EU) 돼지고기 가격도 ㎏당 1.73유로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9%나 급등했다.

국제 돼지고기 시세가 오르면서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은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8%, 3월은 20.8% 떨어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총 돼지고기 수입량이 전년보다 20% 안팎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 감소가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을 만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발간한 ‘최근 돼지 도매가격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5월 중순 이후 돼지고기 가격을 ㎏당 4,200~4,400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4,635원)이나 평년(4,821원)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국내 육가공업체의 재고량이 아직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업계에서 수입 물량을 이미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ASF의 영향이 없었어도 올해 수입량이 소폭 감소했을 거라는 예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 역시 “도매 시장에서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동네 소형 정육점이나 식당 등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대형마트의 수입 돼지고기 비중은 전체의 5% 안팎에 불과하다”며 “국내 돼지고기 물량이 충분해 아직 크게 가격 변동 요인은 없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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