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2017년 ‘옥자’는 넷플릭스 영화로 현지서 논란
작년 일본 ‘어느가족’이 수상… “아시아에 또 줄까” 우려 속 쾌거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포토콜에서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EPA연합뉴스

무려 19년. 한국 영화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칸영화제와 그 나머지 영화제’라는 평판이 나올 정도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는 한국 영화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발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만큼 문턱이 높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오랫동안 한국 영화계의 숙원사업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받은 일이 남다른 이유다. 한국 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에 맞이한 경사라 더욱 의미가 깊다.

1990년대까지 한국 영화는 칸영화제와 그다지 인연이 깊지 않았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19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정도였다. 칸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던 것과는 달랐다. 베를린영화제는 1961년 ‘마부’(감독 강대진)에 은곰상을, 베니스영화제는 1987년 ‘씨받이’(감독 임권택)의 배우 강수연에게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여했다.

칸영화제와 한국 영화의 본격적인 인연은 2000년에 시작됐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최초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한국 영화는 칸의 단골손님이 됐다. 2017년 ‘옥자’를 포함해 16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16전17기인 셈이다.

2002년 ‘취화선’이 감독상(임권택)을 받으면서 수상 물꼬를 텄다. 2004년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의 배우 전도연이 최우수여자배우상, 2009년 ‘박쥐’(감독 박찬욱)가 심사위원상, 2010년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2010년 ‘하하하’(감독 홍상수), 2011년 ‘아리랑’(감독 김기덕)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각각 수상했다. 단편부문에선 문병곤 감독이 2013년 ‘셰이프’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 영화 칸국제영화제 도전사. 그래픽=강준구 기자

봉 감독은 칸영화제와 주요 초대객 중 한 명이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괴물’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2008년 옴니버스영화 ‘도쿄!’와 2009년 ‘마더’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됐다. 2011년엔 신진 감독들을 대상으로 한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2017년 온라인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 제작 영화 ‘옥자’가 경쟁부문에 처음 올랐으나 온ㆍ오프라인 동시 공개라는 넷플릭스의 사업 방식에 프랑스 영화계가 반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수상 전망은 밝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던 터라 올해는 아시아 영화가 홀대받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중요치 않다. 영화 자체로만 평가한다”며 심사위원 9명 만장일치로 봉 감독에게 최고상을 안겼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번 수상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대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기생충’은 ‘올드보이’(감독 박찬욱)의 명성을 뛰어넘어 21세기를 대표하는 아시아 영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평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기생충’을 비롯해 현대 사회의 그늘을 다룬 영화들에 지지를 보냈다. 심사위원대상은 아프리카 이주민을 다룬 마티 디옵 감독의 ‘아틀란티크’가 받았고, 심사위원상은 프랑스 사회의 어둠을 포착한 라지 리 감독의 ‘레 미제라블’과 클레버 멘돈사 필로ㆍ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의 ‘바쿠라우’가 공동수상했다. 최우수남자배우상은 ‘페인 앤드 글로리’(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최우수여자배우상은 ‘리틀 조’(감독 에시카 하우스너)의 에밀리 비샴에게 돌아갔다. 각본상에는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의 셀린 시아마 감독이 호명됐다.

‘아틀란티크’와 ‘리틀 조’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는 모두 여성 감독 작품으로, 칸영화제는 경쟁부문 여성 감독 4명 중 3명에게 상을 안겼다. ‘아틀란티크’ 디옵 감독은 칸영화제 72년 역사상 최초로 경쟁부문에 오른 흑인 여성 감독이다.

칸=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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