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는 일찌감치 예언했다. “내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번 초청됐는데 모두 상을 받았다. ‘밀양’(2007) 전도연이 최우수여자배우상, ‘박쥐’(2009)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 그리고 이번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차례다.” 정말 그의 말대로 이뤄졌다. 송강호를 ‘칸 수상 어시스트 전문 배우’라 해도 무방하다.
감독이 설계한 영화 세계를 완성하는 건 배우의 연기다. ‘국민 배우’ 송강호는 연기로 영화의 품격을 높인다. 봉 감독의 첫 칸영화제 진출작인 ‘괴물’(감독주간ㆍ2006)과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비경쟁부문ㆍ2008)까지 포함해 송강호의 출연작 5편이 칸영화제에 진출했고, 경쟁부문 초청작 3편은 모두 수상했다. 송강호의 빼어난 안목과 그보다 더 빼어난 연기력이 없었다면 이런 성취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봉 감독이 받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의 일정 부분은 송강호의 몫이다. 봉 감독이 “작품상보다 배우상 수상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했던 말이 결코 겸양만은 아니었다.
송강호와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 ‘설국열차’(2013) 등 한국 영화사에 남을 명작들을 함께 만들었다. 두 사람은 네 번째 협업인 ‘기생충’으로 칸 정상에 올랐다. 봉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영화 인생 동반자”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기생충’도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썼다. “송강호 덕분에 영화를 더 과감하게 찍을 수 있고 어려운 시도도 할 수 있다. 그가 이야기를 어떻게든 설득해 낼 거라는 믿음이 있다. 메시와 호날두는 작은 몸짓과 패스 하나로 경기 흐름을 바꾸지 않나. 송강호가 바로 그런 존재다.” 봉 감독의 애정 어린 평가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골을 터뜨리는 대신 미드필더로 뛰며 공수를 조율한다. 그가 중심을 잡았기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한데 어우러져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완성됐다. 영화 속 뜻밖의 순간 터지는 ‘극장골’도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송강호는 ‘기생충’에 대해 “봉준호의 진화이자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완성”이라고 자신했다. 이 말은 고스란히 송강호에도 해당한다. 25일(현지시간) 칸영화제 폐막식 직후 만난 송강호는 “우리가 잘해서 상을 받았다기보다 영화 팬들이 한국 영화를 응원해 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수상자에게 시상식 참석하라는 연락이 온다더라. 정확히 12시 41분에 연락 받았다. 그 40분 동안 피가 마르는 듯했다”며 껄껄 웃었다.
칸=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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