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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민간인 면장 “36개 마을 모두 기업 세워야죠”

입력
2019.05.30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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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길호 전남 순천 낙안면장 

신길호 순천시 낙안면장이 행정복지센터에서 마을기업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길호 순천시 낙안면장이 행정복지센터에서 마을기업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역민의 정신과 특성이 반영된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주민자치를 실현하겠습니다.” 의지가 분명했다. 미력하지만 고향의 해묵은 과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만큼은 단단해 보였다. 지역내 숨겨진 잠재성장성의 현실화로 실마리를 찾아가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24일 전남 순천시 낙안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신길호(52) 낙안면장이 제시한 지역사회의 회생 시나리오는 그랬다. 그는 올해 1월 공모를 통해 전국에선 처음으로 뽑힌 첫 민간인 면장이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주요 현안으로 진단한 그는 면민 모두에게 이로운 사회적 농업의 중요성부터 강조했다. 그는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의 현실에서 소득을 끌어올리려면 농민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마을공동체 사업은 낙후된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마다 장단점, 자산, 살아온 배경, 구성원의 희망사항이 모두 다르듯이 획일적이지 않고 마을마다 특색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그는 농촌 공동체사업을 성공시킨 마을기업 전문가다. 낙안면장 공모에 도전한 것도 경북 포항 노다지마을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을 고향에도 적용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남 고흥 출신의 신 면장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10여 년간의 군 생활과 기업체에서 근무한 뒤 2012년 포항으로 귀촌했다.

2013년 자본금 2,000만원에 포항노다지마을을 설립한 그는 고추·귀리·콩·단호박·배추 등으로 다양한 가공식품과 냄새 없는 청국장을 내세워 연 매출 10억원대의 농업기업까지 일궈냈다. 또한 경상도 지역 마을기업 120여개를 컨설팅하고 교육하는 경북마을기업협회 회장도 지냈다.

그가 면장 취임하자마자 3,500여명의 전 주민을 대상으로 마을기업 교육에 나선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교육 효과는 현실로 이어졌다. 교육 이후, 낙안에 마을기업 설립 열풍이 불고 있어서다. 이미 면민들 스스로 9개의 마을기업을 설립했다. 전국 3,500여개 마을 가운데 최근 10년간 설립된 기업이 1,800여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다. 그의 노력과 주민 호응이 어우러지면서 나온 결과다.

그의 목표는 낙안지역 36개 마을 전체에 공동체기업을 세우는 것이다. 마을기업은 두부·청국장, 전통 막걸리, 부각, 밤묵 등 농특산물부터 동충하초, 로열젤리, 한복체험, 뻥튀기, 소리체험 분야까지 다양하다. 이 기업들은 3∼5개씩 면 전체에 100여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공동브랜드로 전국 단위의 판매망까지 구축해 낼 계획이다.

낙안면 30년 종합발전계획 수립 또한 그의 역점사업 중 하나다. 그는 “주민자치의 최일선 현장인 면단위에서 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은 전국 첫 사례로 현재 1억원의 예산을 세워 용역을 추진 중이다”며 “내 임기가 끝나 지역을 떠난 후에도 사업 진행을 위해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마을 사람들의 의지를 담아 전체가 서명하고 수립 과정은 백서로 발간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미래지향적인 사업 구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역에서 키우는 11만2,000여마리의 소·돼지·오리 등 가축의 분뇨로 에너지를 생산, 지역 특산품인 오이 스마트팜 단지에 공급해 난방비 70%를 절감하는 동시에 잉여 전력은 지역 1,700가구에 공급하면서 농업 기반의 에너지 자립 농촌의 모델까지 꿈꾸고 있다.

신 면장은 “낙안은 600년 전통의 읍성과 국보급 문화재,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마을의 장점과 주민의 요구를 파악해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지원을 연결시켜주는 게 면장의 할 일이다”며 “마을기업이 성장하고 안착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 주민이 참여해 고통을 나누면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순천=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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