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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학교경비원 선모(6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근경색’. 2000년부터 홍익대 중앙도서관 1층 입구에 있는 경비 초소에서 24시간씩 2교대로 일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던 선씨는 출근길에 학교 정문 앞에서 쓰러졌다. 이 대학에서 경비원이 세상을 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6년 사이 사망한 경비원만 7명에 이른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24시간 2교대 근무라는 장시간 근로,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한 심신 약화 등이 (경비원의 죽음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당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와 교대근무 등 과로가 근로자의 ‘질병’을 부르고 있다. 특히 장시간 근로는 뇌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을, 교대근무는 정신질환의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 부담’ 보고서에 따르면 장시간 근로는 뇌심혈관질환과 정신질환 발생 위험을 각각 47.7%, 28.8% 높였다. 사망 위험도 9.7%나 끌어올렸다. 또 교대근무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뇌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4%, 정신질환(정동장애 및 스트레스성 장애) 발생 위험이 28.3%, 사망 위험이 9.9% 늘어났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6년)를 토대로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질환과 정신질환의 인구기여위험도를 계산한 결과다. 2016년 기준으로 20~69세 전체 환자 수가 약 34만4,000명인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장시간 근로와 교대근무로 인한 환자 수는 각각 2만3,000명과 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관련 질환자 10명 중 1명은 원인이 과로인 셈이다. 과로가 원인이 된 정신질환 유병 인구수는 총 6만2,000명으로 분석됐다.

뇌심혈관질환과 정신질환이 과로와 관련성이 높다는 사실은 꾸준히 지적됐다. 특히 뇌심혈관질환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규정했을 정도다.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 역시 낮과 밤이 달라지면서 수면장애, 우울증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2014년부터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인 근로환경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로사회’인 한국의 2017년 연간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59시간보다 265시간 더 길다. 과로사의 일본어 발음인 ‘가로시’라는 말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일본(1,710시간)보다도 오래 일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연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근로자의 건강 보호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를 불가피한 영역에 국한시키고 장시간 근로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및 장시간 근로자ㆍ교대근무자 보건관리지침 등의 준수 여부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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