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스리랑카 코탐피티야에서 반(反)무슬림 폭동이 발생한 가운데 스리랑카 군인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무장 전차에 오르고 있다. 코탐피티야=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에 의한 부활절 연쇄 테러와 관련, 스리랑카 정부가 잔존세력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 2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위협 세력의 완전 제거가 명분이지만, 스리랑카 사회 전반에 확산된 반 무슬림 정서를 감안하면 역대 최대 규모 소탕작전이 무고한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군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수도 콜롬보 인근 3개 지역에서 테러분자들에 대한 특별 봉쇄 및 탐색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이슬람 폭동으로 무슬림 1명이 숨지고 건물 수백 채가 파손된 스리랑카 북서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작전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에선 부활절인 지난달 21일 콜롬보의 고급 호텔과 교회 등 8곳에서 연쇄 폭탄테러로 258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스리랑카 보안 당국은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인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JT)와 ‘잠미야툴 밀라투 이브라힘’(JMI)에 소속된 극단주의 140명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한편, 이들 배후에는 IS가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IS 역시 스리랑카 테러가 추종자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달 초 테러에 직접 가담한 용의자들을 전원 검거 혹은 사살했다고 밝혔으나 이후에도 관련 수색ㆍ소탕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도 국내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면서 지난 23일 국가비상사태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했다.

이런 조처에는 무슬림과 다른 종교를 믿는 주민들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는 불교도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으며 힌두교(13%), 이슬람(10%), 기독교(7%) 등은 소수 종교다.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 사이에서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높아지자, 이에 편승해 당국도 무슬림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리랑카 인권위원회는 부활절 테러 이후 발생한 무슬림 사회에 대한 불교도들의 공격을 예방하거나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최근 찬다나 위크라마라트니 경찰청장 대행에게 보낸 서한에서 “부활절 테러 이후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보복성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뚜렷했는데도 어떠한 예방 조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무슬림 시민을 공격하다 체포된 용의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석방된 뒤 다시 폭동을 벌인 사례가 확인됐다면서 이들이 석방되도록 누군가가 정치적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슬람과 여타 종교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그 틈에서 세력을 확장한다는 IS의 전략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IS 수장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지난달 말 선전 조직인 알푸르칸을 통해 유포한 영상에서 “스리랑카 테러가 시리아 바구즈 전투의 복수라고 주장하면서 기독교를 대상으로 하는 하는 ‘보복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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