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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치료,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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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치료,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도 좋아”

입력
2019.05.27 19: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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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현병학회ㆍ한국일보 공동 기획] ‘조현병 바로 알기’ ②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현병 치료를 위해 보호병동을 가는 것을 꺼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 보호병동은 인권을 유린하는 공포의 장소가 아니라 보호하는 장소다. 게티이미지뱅크
조현병 치료를 위해 보호병동을 가는 것을 꺼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 보호병동은 인권을 유린하는 공포의 장소가 아니라 보호하는 장소다. 게티이미지뱅크

“저 여자는 내 엄마가 아니야! 진짜 엄마는 어디에 숨겼어!”

자정을 넘어 대학병원 응급실을 소란스럽게 했던 24세 조현병 환자의 고성이었다. 어머니에게 욕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공격적이고 위협적이었다. 의료진은 황급히 환자를 진정시켜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에 입원시켰다. 환자 어머니는 근심 어린 목소리로 질문을 하였다.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도 되나요? 이상한 사람 많다고 하던데요. 무서운 곳 아니에요?”

이 어머니처럼 많은 사람이 보호병동 입원치료에 편견을 갖고 있다. 죄 짓고 감옥에 갇히는 것처럼 반응하기도 한다. “고문당하는 것이 아니냐”며 입원을 거부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있다. 이는 과거 일부 정신병원의 잘못된 관행과 드라마나 영화에서 잘못된 묘사나 과장된 표현의 영향이기도 하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뒤 입원환자는 인권을 보호받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종사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교육을 매년 과도하리만큼 받는다. 보호병동은 절대 공포의 장소가 아니다.

치료 전
치료 전
치료 후
치료 후

손 편지(치료 전, 치료 후 사진)는 앞에 소개한 환자가 입원 초기와 퇴원 후 작성했던 글이다. 입원 초기 혼란된 정신상태의 글이 퇴원 후 정돈된 마음으로 보호병동의 치료진에게 감사하는 글로 바뀌었다. 환자는 이전에 괴롭히던 증상없이 건강하게 영화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급성기 조현병 환자를 입원시키는 가장 큰 목적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와 치료이다. 조현병의 가장 흔한 증상인 환청과 망상은 뇌 기능 이상에 따른 잘못된 정보 처리 결과이다. 급성기에는 뇌가 처리해야 할 자극을 줄여 주는 게 필수다. 보호병동은 불필요한 외부 자극을 줄여 환자가 편안하게 느끼도록 환경을 제공한다. 환자를 가두는 ‘폐쇄병동’이 아니라 보호하는 ‘보호병동’인 것이다.

급성기의 뇌 기능 이상을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뇌 기능 저하가 흉터처럼 남는다. 늦게 치료할수록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워진다. 조기 치료하면 학교나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기능이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료 시작 시기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내원을 꺼리는 환자나 보호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조현병이 뇌질환으로 밝혀졌지만 1950년대 이전까지 조현병은 의학적인 평가와 치료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포에 떨고, 허공에 손짓하거나, 혼자 중얼거리는 환자들을 전에는 저주를 받았다거나 신내림을 받았다며 종교적으로 해석하고 처치하곤 했다.

잘못된 선택으로 급성기 치료가 늦어지면 애초 희망과 반대 결과로 이어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보호병동에 입원할 때 스스로 입원에 동의하는 ‘자의입원’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환자처럼 병을 인식하지 못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할 때가 많다.

입원 기간은 회복 속도에 따라 2주 이내 단기입원에서 3개월 이상 장기입원까지 다양하다. 입원 초기에 적응하지 못해 조기 퇴원을 요구할 때가 많은데, 가족들은 치료과정의 어떠한 결정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

입원하면 집중적으로 약물치료를 한다. 약물은 경구용 약제나 장기주사제가 쓰인다. 과거 약물은 부작용이 많아 입원해도 낫지 않고 증상이 악화됐다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약물들은 부작용이 상당히 개선돼 훨씬 편히 먹을 수 있다.

입원 중에는 개인면담, 행동치료, 집단치료, 사회기술훈련, 작업치료, 음악/미술치료,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빨리 회복하도록 돕고 있다. 급성기 증상이 어느 정도 회복돼도 사회적응력이 떨어진 환자는 낮병원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사회복귀시설에 다니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조현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이상한 경험이 반복되고, 주변사람들이 의심스러워지며, 과도하게 불안하고 위축될 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뇌 건강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시적일 수 있지만 장기 관리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라도 조기 검진해 치료하면 뇌 기능 저하를 막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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