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게재
아스피린은 1897년 독일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개발해 진통소염제ㆍ항(抗)혈소판제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30여년 전 피를 묽게 하는 효과가 밝혀진 이래 많은 사람이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매일 꾸준히 먹고 있다.
하지만 심뇌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예방 효과가 있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아스피린이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어 뇌출혈이 한 번 생겼던 환자는 재발 우려로 인해 의사들은 아스피린 처방을 꺼린다.
그런데 2010년부터 심장병 발생 우려가 없는 사람은 아스피린을 먹어도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없고, 오히려 뇌출혈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들이 잇따랐다. 올 3월에는 미국심장학회가 건강한 사람은 예방용 아스피린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아스피린이 뇌출혈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든버러대 임상 뇌과학센터 루스탐 살만 박사 연구팀은 한 번 뇌출혈이 생긴 사람에게 심근경색과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이나 다른 항혈소판제를 투여해도 안전하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내놨다.
연구결과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뇌졸중협회(ESO)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동시에 세계 유수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과 '랜싯 신경학(Lancet Neur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디피리다몰 등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다 뇌출혈이 발생한 537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절반에게는 뇌출혈 직후 잠시 항혈소판제 투여를 중단했다가 다시 먹게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항혈소판제를 끊게 했다.
이후 최장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뇌출혈이 재발한 환자는 항혈소판제를 계속 복용한 그룹이 12명으로 항혈소판제를 끊은 그룹의 23명보다 훨씬 적었다.
연구결과는 뇌출혈 발생 후 항혈소판제 투여로 뇌출혈 재발 위험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물론 이 결과는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임상시험 시작과 함께 이들 중 절반을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뇌출혈 재발 위험의 경고신호인 미세출혈 흔적 여부를 살펴봤는데 미세출혈 흔적이 발견된 환자도 항혈소판제 투여가 위험하지 않았다.
이는 뇌출혈 후 항혈소판제 투여가 위험하지 않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 결과가 모든 뇌출혈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영국심장재단 메틴 아비키란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뇌출혈 후에도 재발 위험 없이 항혈소판제 투여를 계속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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