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는 호평을 받으면서도 국민참여재판의 인기는 매년 시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건수로는 8년 만에 최저치, 비율은 역대 최저였다. 전관예우와 사법농단으로 깊어진 사법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재판제도를 정비해 활성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참여재판 총 실시건수는 180건으로 2017년 295건에 비해 급감했다. 도입 초기였던 2008, 2009, 2010년을 제외하면 가장 적다. 2012년 이래 300여건을 유지한 것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상 사건 대비 참여재판 실시 비율은 2017년 1.5%에서 지난해 0.9%로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참여재판 덕분에 재판이 더 나아졌다는 사회적 평가와 반대되는 결과다. 2012년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조사 결과, 배심원 96%가 재판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 답했고, 법관 78%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참여재판의 무죄율(10.9%)은 일반 사건(4.3%)보다 높아 피고인 입장에서도 불리할 게 없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참여재판 신청을 꺼린다. 우선 피고인 입장에선 일반재판에 비해 참여재판의 결과는 어디로 튈 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걱정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인의 법 감정에 비춰 예상하지 않은 센 평결이 나올 수 있어 쉽게 권하지 못한다”고 했다.
변호사들이 품만 들고 돈 안 되는 참여재판을 기피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한 변호사는 “참여재판의 업무량과 스트레스는 일반사건 10배는 된다”며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려는 의뢰인은 많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참여재판 3분의 2 정도(63.3%)를 국선변호인이 담당했다.
법원도 적극적이지 않다. 한 국선변호인은 “참여재판을 원한다고 해도 재판장이 ‘굳이 그럴 필요 있냐’, ‘다시 생각해보라’고 여러 차례 묻는 경우가 있다”며 “칼자루를 쥔(평결을 뒤집을 수 있는) 판사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법관 입장에선 배심원들에게 설명할 자료를 만드는 것부터가 엄청나게 큰 일이라 부담이 크다고 한다. 참여재판 신청을 받고도 법원이 거부한 비율은 지난해 29.3%로 역대 최대였다.
결국 참여재판 의무화나 대상 사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는 ▲고의 살인 등 중범죄 사건에서 참여재판 필수화 ▲소규모 지원까지 관할법원 확대 등 활성화 방안을 권고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국민참여재판법 개정안이(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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