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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눈앞에서 장병 5명 사상… 참극이 된 최영함 귀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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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눈앞에서 장병 5명 사상… 참극이 된 최영함 귀환식

입력
2019.05.24 17:59
수정
2019.05.24 23: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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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파병 6개월 만에 귀국, 정박용 홋줄 터져 장병들 강타

전역 1개월 앞둔 병장 숨져… 800여명 참석자 “날벼락” 오열

24일 오전 10시 15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군항에서 열린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환영식 중 배 앞부분에서 홋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10시 15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군항에서 열린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환영식 중 배 앞부분에서 홋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소말리아 파병 임무를 마치고 6개월만에 귀국한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환영행사 도중 배를 정박하는 홋줄이 끊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해 전역을 불과 한달 앞둔 해군 병장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특히 장병들의 귀국 환영 행사에 참석한 가족과 지인들은 현장에서 참혹한 사고를 목격해 충격이 더했다.

24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부두에는 6개월간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환영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일찍 하선한 몇몇 장병들은 가족들을 얼싸안고 인사를 나누는 등 여느 때와 같이 웃음이 넘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전 10시 15분쯤 최영함 선수 쪽 갑판에서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터져나오면서 행사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배가 정박할 때 부두와 배를 연결하는 밧줄인 홋줄이 순식간에 터지면서 군인 5명을 때려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홋줄은 배가 정박할 때 바다로 떠내려가지 말라고 부두의 고정물과 배를 연결하는 밧줄로 ‘계류색’이라고도 불린다. 함정이 클수록 홋줄도 굵어지는데 팽팽하게 당기던 홋줄이 순식간에 끊어질 경우 살상무기나 다름없다. 최영함 홋줄의 굵기는 10㎝가 조금 넘는다. 홋줄을 감는 과정에서 줄이 끊어지거나 홋줄에 튕겨 인명 피해로 연결되는 선박사고는 과거에서 수차례 발생했다.

사고는 행사장에서 2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해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은 최초 몇 분은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부두에는 장병들을 맞이하기 위해 가족, 지인, 부대 관계자 등 800여명이 참석해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대기하던 구급차가 출동하고 군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자 행사 참석자들은 인명사고를 직감했고 “아이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큰 일 난 거 아니냐”라며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금 전까지 선수 쪽에서 아들과 인사를 나누던 몇몇 가족들은 깜짝 놀란 마음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당시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파병 장병 여러 명이 구급차에 실려갔기 때문이다.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열린 '청해부대28진 입항 환영식'에서 오전10시 15분쯤 선상 위에서 사고가 발생해 부상 장병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열린 '청해부대28진 입항 환영식'에서 오전10시 15분쯤 선상 위에서 사고가 발생해 부상 장병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많은 행사 참석자들이 발을 구른 가운데 현장에선 오전 10시 32분쯤 사상자의 신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부상자들은 인근 군 병원과 민간병원에 이송됐다. 얼굴을 심하게 다친 최모(22) 병장은 현장에서 군의관에게 심폐소생술 등을 받은 후 민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현장에는 최 병장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이 오열을 하며 구급차에 동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병장은 전역 1개월을 남기고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병장은 최선임으로 어려운 일에도 솔선수범했고, 이날도 다른 승조원 30~40명과 홋줄 장력 조정 작업 중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상자도 모두 청해부대 최영함 갑판병과 소속으로, 20대 상병 3명과 30대 중사 1명이다. 이들은 팔 등 신체 일부를 다쳤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해군은 확인했다. 부상자 중 상병 한 명은 이날 오후 퇴원해 부대에 복귀했다.

해군은 최영함이 정박하는 과정에서 함수(앞 부분)쪽과 부두를 묶은 홋줄이 장력을 이기지 못해 터지면서 병사들을 강타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해군 관계자는 “현재 군 수사기관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대응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28진 최영함(DDH-Ⅱ 4,400톤급)은 지난해 11월 출항해 193일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 선박 30척에 대해 호송작전을 수행했으며,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과 인도양에서 선박 596척의 안전 항해를 지원하고 이날 진해 군항으로 복귀했다. 28진은 UDTㆍSEAL 검문검색대 요원, 해상작전헬기, 경계ㆍ지원대 등 부대원 300여명으로 구성됐다.

2009년 3월 13일 출항한 청해부대는 국군 역사상 처음으로 전투함으로 구성된 해외 파병부대로, 10년 간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퇴치와 선박호송, 안전항해 지원 등 임무를 수행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군은 3월 파병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진해=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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