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이 상무 등에 거짓진술 지시, 검찰 영장 청구… 이재용도 겨눌 듯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의 ‘입맞추기’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누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4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성전자 김모 부사장과 박모 부사장이 직속 부하인 백모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팀(TF) 상무와 서모 보안선진화 TF 상무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두 부사장이 지난 9일 백 상무 등을 불러 "검찰에 출석하면 '삼성전자의 지시가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의 부탁으로 증거인멸을 결정했다'고 진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1일 검찰이 백 상무 등을 구속하기 직전의 일이다. 김 부사장 등도 자신들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입 맞추기를 강요한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구속영장 발부로 김 부사장 등의 신병을 확보하면 수사는 자연스레 이 부회장에게 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핵심 임원들이 증거인멸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은, 도대체 왜 이들이 그토록 증거인멸에 매달렸는지를 규명해야 풀린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연루 가능성이 이 부분과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물증도 상당수 확보했다. 삼성 측이 2017년 '오로라 프로젝트'로 불리는 지분매입 TF를 운영하며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배력 유지 방안을 논의했던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특히 오로라 프로젝트를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였던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이 당연히 전체 과정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내리거나, 최소한 보고를 받고 승인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의 오른팔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정현호 사장도 금명간 소환, 압박 강도를 더 높여갈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 두 부사장들과 함께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혐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둔 상태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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