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은 반환소송 제기
일본에서 돌려받은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동학농민혁명 125년 만에 전북 전주시에 안장된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이종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은 24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달 1일 전주 동학농민혁명 추모공간에 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영구 안장한다고 밝혔다.
동학 농민군 지도자로 추정하는 이 유골은 1984년 전남 진도에서 일본군에게 처형된 30~40대의 머리뼈로, 1906년 목포면화시험장 기사였던 일본인 사토 마사지로에 의해 인종학 연구를 위해 고국으로 옮겼다. 이후의 행방은 묘연하다가, 1995년 일본 북해도대학 표본창구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유골의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유골 상자에는‘메이지 39년(1906년) 진도에서 효수한 동학당 지도자의 해골, 시찰 중 수집’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기념사업회 등의 노력을 통한 한ㆍ일 합의를 거쳐 이듬해 유골을 반환 받았지만, 안장할 곳이 없어 23년간이나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해왔다. 이 유골은 올해 동학농민군 주요 전적지인 전주 완산칠봉에 혁명군의 기억 공간이 문을 열면서 잠들 곳을 찾은 셈이다.
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오는 31일 전주시 완산도서관 강당에서‘동학 농민군 전주 입성 125주년 기념식’을 마치고 이튿날 유골 안장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유골은 전주역사박물관에서 발인식을 가진 후, 풍남문 앞에서 노제와 진혼식을 마치고 녹두관에 안장된다.
이 이사장은“유골을 어렵게 찾았지만, 고이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안장식을 계기로 농민군이 외친 인간존중과 만민평등의 거룩한 동학 정신이 계승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시장은“동학농민혁명은 3ㆍ1 만세운동과 5ㆍ18민주화운동, 촛불혁명 등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뿌리를 내리게 한 출발점”이라며“동학혁명기념관, 전라감영, 녹두관 등을 축으로 동학정신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 진도군은 유골 연고를 들어 지난 21일 유골 현상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주지법에 제출했다. 이어 진도군 관계자는“이 유골이 수습된 것으로 알려진 진도읍 송현리 묘지와 유골에 남아있던 토양의 성분이 일치해 1976년 발행한 군지 등 자료를 통해 유전자감식을 다시 해야 한다”며“이 유골을 연고지로 모셔와야 하며, 유골이 도착하면 전시관과 역사공원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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