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경주시 안강읍 옥산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모내기를 했다. 취임 후 농촌마을을 찾아 직접 모내기를 하며 농심에 귀를 기울인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찾은 경주 안강읍은 안강평야를 중심으로 농경지가 넓게 펼쳐진 들녘이 있는 경주의 대표적 쌀 주산지다. 옥산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한 옥산서원 등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마을로 마을 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는 곳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마을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주낙영 경주시장으로부터 마을 현황과 농업 현황을 보고 받은 뒤 입고 온 재킷을 벗고 밀짚모자를 쓴 채 모내기 장소로 이동했다. 모내기 현장에선 농약을 공중에서 뿌리는 농업용 드론에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옛날에는 농약을 뿌릴 때 농민들이 이런저런 병에 걸리기도 했는데 다행스럽다”며 드론으로 벼를 직파할 수 있는지 물었고, 드론 조종 장치를 넘겨받아 직접 비료를 살포하기도 했다.
직접 모판을 이앙기로 옮기며 모내기에 동참한 문 대통령은 유독 농사 일을 하는 한 젊은 부부에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부부에게 “연간 소득은 얼마나 되나. 영업비밀인가”라고 묻자 주변에선 웃음이 쏟아졌다. 한 관계자가 “2억 정도”라고 하자 부부는 “기계 값이 너무 비싸서 2억원은 안 되고 1억원 정도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농기구 대금이 비싼 것을 좀(개선해야겠다)”고 주문했다. 또 직접 “젊은 사람들이 아이 데리고 키우면서 살려면 문화시설이나 교육시설이 좋아져야 하지 않냐”고 고충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내기를 끝낸 문 대통령은 국수와 편육, 막걸리 등이 준비된 장소로 이동해 마을 주민들과 새참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올해 대풍이 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띄운 뒤 “대풍이라고 해서 꼭 기쁜 것만은 아니다. 수요를 넘겨 (쌀이) 생산되면 가격이 하락하는데 우리 정부 들어서는 2년 연속으로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량은 시장 격리 조치를 취해 쌀값을 올렸다”며 박수를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은 “작년 처음으로 농가소득이 연간 4,100만원을 넘었어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게 문화시설, 교육 시설을 개선하고 농가소득을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민 여러분이 정부 정책에 다 찬성하지는 않겠지만 ‘농업정책만큼은 잘한다’고 칭찬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대풍과 여러분의 건강, 행운을 함께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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