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과 가격 차 좁혀지고
다주택자 고강도 규제 영향
2년간 가격 상승률 가장 높아
최근 10여 년간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전용면적 84㎡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가 ‘대세’였다. 저출산으로 1, 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큰 집에 살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소형 아파트 집값 오름폭도 커지면서 가격이 비싼 대형 면적에 대한 선호도가 꺾인 탓이다.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에 가려 움츠렸던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가 최근 분양시장에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소형 면적 위주로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중대형 물량이 줄어 희소성이 높아졌고 부동산 규제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건축 시장에서도 조합원들이 중대형을 대거 가져가면서 85㎡ 초과 아파트가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최근의 중대형 인기는 공급 불일치와 부동산 규제 여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란 평가도 없지 않다.
◇공급 줄어든 중대형 인기 ‘쑥쑥’
28일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최근 2년여 간(2017년 1월~2019년 4월) 중대형(85㎡ 초과) 아파트 공급량은 전체 41만5,644가구의 11.18%인 4만6,486가구에 불과했다. 공급이 가장 많았던 평형대는 중소형(60~84㎡ 이하)으로 72.98%(30만3,341가구)에 달했고, 소형(59㎡ 이하)도 15.83%(6만5,814가구)로 중대형보다 많았다.
이러한 홀대에도 중대형은 ‘몸값’을 회복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면적별 가격상승률은 중대형 아파트가 16.15%로 가장 높았다. 평균 상승률인 15.46%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소형과 중소형은 각각 14.87%, 15.25%에 그치며 평균을 밑돌았다.
중대형 수요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손바뀜이 잦은 수도권 주택시장에선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 비율이 매년 커지고 있다. 2015년엔 수도권 아파트 전체 거래물량 중 85㎡ 초과 물량 비중이 17.9%였지만 2016년 18.7%, 2017년 18.74%로 차츰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연간 거래건수(229만5,310가구) 중 20.01%(5만9,103가구)를 중대형이 차지해 2006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가치가 뛰자 분양 성적도 우수하다. 올해 3월까지 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 면적별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곳 중 8곳이 중대형 아파트였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거둔 단지는 ‘위례포레자이’ 전용 108.81㎡로 무려 242.67대 1을 기록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급한 ‘힐스테이트 북위례’는 1,078가구 모두 전용 92~106㎡의 중대형임에도 불구하고 939가구 모집에 7만2,570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강남 재건축 중대형은 씨가 말라
새 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 지역에서는 중대형 아파트 희소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는 조합원들이 중대형을 대거 차지하면서 일반분양 물량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최근 분양한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방배경남 재건축)는 중대형 일반분양 물량이 전무하다. 전체 758가구 중 85㎡ 초과 물량이 159가구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싹쓸이하면서 중대형 면적이 씨가 말랐다. 지난해 9ㆍ13 대책으로 입주권이 주택으로 간주되면서, 당초 중소형 2채인 ‘1+1’ 형태로 분양 받으려던 조합원들이 중대형 1채로 갈아탄 영향이다. ‘1+1’을 선택한 조합원 64가구 중 중대형으로 변경한 조합원은 41가구에 이른다.
앞서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포레센트(일원대우 재건축)는 184가구 중 62가구가 일반분양이다. 이 중 85㎡ 초과 물량은 전용 121㎡ 10가구뿐이다. 전용 101㎡ 물량은 조합원들이 모두 가져가 일반공급분이 전혀 없다. 121㎡도 절반 이상을 조합원이 분양 받았다.
6월 공급 예정인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 재건축)도 일반분양 174가구 가운데 중대형 물량은 3가구뿐이다. 전체 1,446가구 중 85㎡ 초과 물량은 490가구에 달하지만 조합원이 전용 115㎡, 전용 148㎡는 모두 가져갔다.
◇일각에선 ”반짝 인기일 뿐”
전문가들은 중소형과 중대형의 좁혀진 가격 차가 최근 중대형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최근 몇 년 간 중소형 아파트 값은 큰 폭으로 뛰고 중대형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면서 격차가 줄어들자, 저평가된 중대형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기준 수도권 내 전용 85㎡ 이하와 전용 85㎡ 초과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차이는 3.3㎡당 294만원이었는데 2017년 195만원까지 좁혀졌다.
여기에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가점제 확대, 1순위 청약 요건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면서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주택형을 넓히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대형 인기는 일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저출산으로 1, 2인 가구가 늘어나는 거대한 흐름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중대형 선호는 공급 불일치와 규제 여파에 따른 ‘반짝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강남ㆍ한강변 등 고급 유효지역은 중대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 규제나 양도소득세ㆍ보유세 부담이 9억원을 기준으로 강화되기 때문에 중대형은 그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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