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NBC 화면 캡처

렉스 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7년 미러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향해 “돌 같은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틸러슨 전 장관이 이틀 전 하원 외교위원회 인사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준비를 많이 해와 2시간 넘게 회담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미국 쪽에선 예의상 만남의 성격으로 짧은 회담을 예상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여러 국제적 현안으로 논의를 끌어가면서 회담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틸러슨 전 장관은 함부르크 정상회담에 동석해 이러한 과정을 지켜봤다고 말했다고 WP는 익명의 외교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WP는 “준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놀랍지는 않지만 푸틴 대통령의 요령과 경험의 깊이로 미뤄볼 때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역사적인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준비보다는 일을 해내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사실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에 준비의 중요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이번 비공개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깎아내리는 발언은 삼갔지만 특정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국무장관 재직 시절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미국적 가치를 증진하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동일한 가치 시스템을 공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그럴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외교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WP의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이 얘기를 지어낸 것”이라며 “푸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틸러슨 전 장관을 향해 “돌 같은 멍청이이고 국무장관이 되기에는 완전히 준비 안 되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인신공격성 악담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틸러슨 전 장관이 자신과의 갈등을 일부 공개했을 때도 “돌 같은 멍청이”라며 발끈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WP에도 성명을 보내 “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완전히 준비돼 있었다”면서 “우리는 정상회담에서 아주 잘 해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WP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터무니없다”면서 “그러니까 틸러슨이 지금 국무장관이 아닌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트윗으로 해임된 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에 대한 공개 언급을 별로 하지 않다가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번 비공개 면담에 참석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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