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담당자 뇌물요구ㆍ비밀누설 유죄 판결
“특혜 없었다” 주철현 전 시장 주장 정면배치
전남 여수시 돌산읍 상포지구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이 주철현 전 여수시장 조카사위인 개발업자와 유착해 행정특혜를 준 사실이 재판결과 드러났다. 이는 그 동안 일관되게 조카사위에게 여수시의 행정특혜는 없었다고 전면 부인해왔던 주 전 시장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4단독(판사 최두호)은 23일 여수 상포지구 준공인가 관련 내부 기밀문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개발업자에게 전송하고 승진을 청탁한 혐의(뇌물요구ㆍ공무상비밀누설)로 기소된 여수시청 공무원 박모(57ㆍ5급)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2015년 12월 여수시 도시계획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100억원대 비용이 소요되는 도시계획시설을 이행하지 못해 20여년간 미등기 상태로 방치된 상포지구에 대해 전남도 인가조건을 대폭 완화된 방향으로 조건을 변경하고 이 내용을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대표 김모(49)씨에게 보내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주 전 시장의 인척인 김씨에게 자신의 사무관 승진을 청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박씨가 도시계획시설 인가 업무를 맡으면서 상포 매립지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가능한 내용 등이 담긴 ‘공유수면매립공사 준공 인가 조건이행 협의 회신’이라는 내부문서를 상사 결재도 받기 전에 김씨에게 보낸 것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닌 특정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줄 수 있는 기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상포지구 인가 과정에서 김씨와 자주 접촉하고 승진 청탁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형법상 뇌물에 해당하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도 인정된다”며 “승진을 적극적으로 부탁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여수 상포지구는 삼부토건이 돌산읍 평사리 일대 바다를 메워 1994년 전남도로부터 조건부 준공인가를 받은 뒤 도시계획시설을 이행하지 않아 20년 넘게 방치된 매립지로, 2015년 6월 김씨가 용지를 사들인 뒤 수백억원의 분양대금을 챙기고 김씨가 주 전 시장의 조카사위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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