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ㆍ은행 IT인재 양성ㆍ확보 노력 사례. 그래픽=박구원 기자

은행들이 정보통신(IT) 분야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기존 임직원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도 하고, 보수적으로 운용하던 채용 방식도 외부 인재 영입을 위해 기꺼이 바꾸는 등 노력도 전방위적이다. 비대면 채널 보편화, 핀테크(IT 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 발달로 ‘디지털 전환’이 은행권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과거 금융권에서 지원부서에 불과했던 IT 부문이 핵심부서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디지털 전사를 키워라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디지털금융그룹 내 직무를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디지털마케터 등으로 분류하고, 각 직무에 맞는 경력개발제도(CDP)를 시행하고 있다. CDP는 개인별 경력과 전문성을 고려해 주니어(Junior), 시니어(Senior), 전문가(Expert)의 3개 등급으로 나눠 체계적인 경력관리 및 역량개발 기회를 제공한다. 주니어는 집중적인 역량 강화를 위해 1인 1프로젝트(책임사업) 추진하도록 하고, 시니어는 국내외 디지털 선도기업과 협업하며 아젠다 발굴 기회를 부여하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공채로 뽑았던 디지털ㆍ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력 채용방식을 올 상반기부터 연중 수시채용으로 바꾸고, 채용팀장도 인공지능 사업을 담당하던 ICT업계 출신 전문가를 앉혔다. 또 실무형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채용 과정에 ‘코딩 테스트’도 도입했다.

수협은행은 다음달 3일까지 10명 안팎의 디지털 분야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은행이 디지털 분야 신입행원을 별도 채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일반 신입행원 공채 계획은 아직 없지만, 핀테크ㆍ빅데이터ㆍ인공지능 등 IT 분야 인력은 부족해 별도로 모집하게 됐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내년까지 디지털 전문인력 1,200명을 확보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그룹도 빅데이터 전문가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내년까지 1,000명 양성할 계획이다.

◇보수문화 깨고 외부영입에도 적극

은행 고위직 중엔 디지털 부문 인재풀이 많지 않은 터라, 은행 특유의 보수적 문화를 깨트리고 외부에서 인재를 모셔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그룹 내 IT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ICT기획단을 신설하면서 기획단장 겸 최고정보책임자(CIO)로 노진호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영입했다. LG CNS 상무와 우리FIS 전무를 거친 노 단장은 ICT기획, 디지털 전략, 정보보호업무 등 3개 분야의 전략 수립 및 추진을 총괄하고 향후 자회사 확충에 따른 그룹 차원의 ICT 전략을 책임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IT 인재 보강이 필요하다면 순혈주의를 깨고 과감히 외부 선발한다는 손태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윤진수 전 현대카드 상무를 데이터전략본부장(전무)으로 영입했다. 국민은행이 ICT 부문 임원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한 건 처음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 카이스트 전산학과에서 석ㆍ박사를 마치고 삼성전자, 현대카드 등에서 빅데이터를 전담한 전문가인 그는 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임원(CDO)과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본부장도 겸임하고 있다.

은행들이 디지털 인력의 양성 및 모집에 공을 들이는 건 모바일ㆍ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의 보편화로 전문인력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이 IT 인력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핀테크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IT 경쟁력 강화가 은행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된 것도 사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엔 지원 부서로 한직 취급을 받았던 IT 분야가 우대받고 승진자도 부쩍 많아져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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