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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 파리 회담… 日 ‘징용분쟁 중재위’ 싸고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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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 파리 회담… 日 ‘징용분쟁 중재위’ 싸고 줄다리기

입력
2019.05.23 23:00
수정
2019.05.24 00: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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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배상 이행 문제없다는 발언, 사안 중대성 이해 못한 것” 반발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왼쪽 두번째) 일본 외무장관이 2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풀만호텔에서 양국 대표단과 함께 회담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왼쪽 두번째) 일본 외무장관이 2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풀만호텔에서 양국 대표단과 함께 회담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23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했다.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사흘 전 한국 정부에 중재위원회 개최를 공식 요구한 상황에서다. 내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의 향방이 달린 중요 회담이었지만, 고노 장관은 이날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반발하며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파리를 방문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파리 시내 한 호텔에서 회담을 가졌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올해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강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일본에서 레이와(令和) 시대가 개막했는데 이를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며 “그 계기로 한일 관계도 현재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슬기롭게 관리해나가면서 어떤 방향이 가능할지, 허심탄회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노 장관은 이에 “오늘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본 기업의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같은날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고노 장관이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하며 강제징용 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대해 “일본 기업이 우리 대법원 판결을 이행할 경우에 (양국 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대응한 바 있다. 이 발언을 두고 우리 정부가 일본 기업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고노 장관의 이러한 입장에 “일본도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일측에 신중한 언행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고노 장관은 회담에서 중재위원회 설치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고 일본 NHK 방송은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20일 우리 외교부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상 분쟁 조정 절차인 중재위원회를 설치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대책을 논의하자고 정식 제안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긴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민사회수석실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의 원고 측을 접촉한 사실(본보 23일자 1면)을 시인하면서도 “기존에 저희가 가진 입장과 변화되는 것은 없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때문에 강 장관도 회담에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진 않았을 공산이 크다.

두 장관은 다음 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해야 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양국 갈등이 연일 고조되고 있는 국면인 데다 회담 당일에도 한일 외교부 간 신경전이 이어져 긍정적인 메시지가 오고 갔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고노 장관은 강 장관에게 지난달 한국 정부가 승소한 세계무역기구(WTO) 후쿠시마(福島) 수산물 분쟁 판정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는 WTO 판결을 비판하며 수입금지 해제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WTO 판정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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