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슷한 처벌 전력 있어
수면제 복용한 공범 2명은 검거
몸 곳곳에 선명한 구타 흔적이 남은 50대 남성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신이 발견된 인근 모텔에서는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고 실신한 범인 2명이 범행을 시인하는 유서 형식의 메모를 지닌 채 발견됐다. 폭력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사건의 배후에는 광주의 유명 폭력 조직 부두목 조모(60)씨가 있었다. 경찰은 조씨가 이번 사건의 전체적인 범행에 깊숙이 관련돼있다고 보고 조씨를 쫓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경기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30분쯤 경기 양주시청 부근 한 주차장에 주차된 BMW 승용차에서 A(56ㆍ부동산업)씨 시신이 발견됐다. 재킷 등으로 덥힌 A씨는 온몸에 둔기 등으로 폭행당한 흔적이 확인됐다. 차량 시트엔 핏자국도 남아 있었다.
앞서 A씨 가족은 하루 전인 20일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 상태였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죄 용의차량이 의정부와 양주지역을 통과한 사실을 확인, 수색에 나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이어 A씨가 19일 광주지역 폭력조직인 ‘국제PJ파’의 부두목 조씨를 만난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두 사람은 그날 일식집에서 술을 마신 뒤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노래방에서 조씨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공범 2명과 함께 A씨를 차량으로 납치,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조씨는 A씨에게 거액의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수사 과정에서 공범이 쓴 유서형식의 메모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22일 A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 인근 모텔에서 조씨의 공범 B(61)씨와 C(65)씨를 찾아냈다. 당시 이들은 수면유도제를 복용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현장에선 C씨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이 있어 홧김에 했다”고 범행을 시인하는 내용의 유서 형식의 메모가 나왔다. 글에는 시신 유기 장소도 적혀 있었다. 메모엔 조씨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경찰은 메모를 이들 공범이 자의로 쓴 것인지, 강제로 쓴 것인지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는 한편 이들을 감금 및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용의자인 조씨의 행방을 찾는데도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은 최초 이 사건 수사에 나선 광주 서부경찰서와 공조 수사도 벌이고 있다. 광주서부서는 이번 사건의 또 다른 공범인 조씨의 동생(58)에 대해 이날 감금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호남 최대 폭력조직인 국제PJ파의 부두목인 조씨는 2006년 11월 조직원들을 동원해 지역 건설사 대표를 납치한 뒤 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사는 등 비슷한 범죄로 2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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