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세 및 분식회계 의혹을 규명해 줄 금융ㆍ재무 자료와 그의 세금신고 내역 등이 결국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자료들을 확보하려는 민주당 주도 하원의 각종 위원회와, 이를 저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벌인 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하원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 넣을 수 있는 회심의 카드를 손에 쥘 수 있게 된 형국이다.

게다가 사회기반시설 확충 문제 논의를 위해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서로를 거칠게 비난하며 정면 충돌, 사실상 회동이 무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3월 종결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여진(餘震)도 가라앉지 않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지법 에드가르도 라모스 판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세 자녀, 부동산개발업체인 트럼프그룹이 독일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미국 은행인 캐피털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 요청을 기각했다. 지난달 15일 하원 정보위원회와 금융서비스위원회가 “러시아 유착 의혹을 확인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 측의 금융거래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두 은행을 비롯, 총 9개 금융기관에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낸 소송이었다.

라모스 판사는 “의회는 소환장을 발부해 추가 입법을 위해 조사할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의회의 자료 요구는 금융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하는 연방법에 위배된다’는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도 “의회 조사엔 그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있는 도이체방크는 이날 “승인된 모든 조사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며, 법원 명령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난 셈이다.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국 하원의장과 척 슈머(맨 오른쪽)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22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이 파행을 빚은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뿐이 아니다. 지난 20일 워싱턴DC 연방지법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재무기록 확보를 위한 소환장 집행을 막아달라”며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일주일에 두 번(이겼다)!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다. 뉴욕주 의회도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신고 내역을 연방의회의 요구 시 제출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이날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서명하면 입법 절차는 마무리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기록뿐 아니라, 앞서 재무부가 제출을 거부한 그의 납세기록마저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항소 등 아직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세금신고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며 “22일을 맞아 대선 후보 선출 때부터 커다란 수수께끼였던 그의 재정적 비밀이 공개되는 순간이 임박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감정 싸움’까지 빚어졌다.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사회기반시설 논의를 위해 민주당 펠로시 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기로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15분 늦게 나와 펠로시 의장에게 “끔찍한 말을 했다”는 등의 비난을 퍼붓고는 3분 만에 자리를 떴다고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회동 직전 펠로시 의장이 취재진에게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은폐에 바쁘다고 본다”고 말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은폐하지 않는다”며 민주당 주도의 의회 조사를 격하게 성토했다. 조사가 중단되지 않으면 민주당과 협력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즉각 반박 회견을 열어 응수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이 사법 방해를 하고 있고 은폐에 바쁘다. 이는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라면서 발언 수위를 높였고, 슈머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도망쳤다”면서 그가 사회기반시설 관련 구체적 계획이 없어 일부러 파행을 연출했다고 비꼬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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