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광장 각석문에 새겨진 25자 확인… 진흥왕 역사 공백기의 귀중한 사료
천연기념물인 경북 울진군 성류굴에서 신라 제24대 임금 진흥왕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내용이 담긴 명문이 나왔다.
울진군은 지난 3월 발견된 성류굴 제8광장의 각석문을 정밀 조사한 결과, 글자 25개가 새겨진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명문을 판독한 심현용 울진군 학예연구사와 신라사 전문가인 이용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이는 ‘庚辰六月日(경진육월일)/柵作榏父飽(책작익부포)/女二交右伸(여이교우신)/眞興(진흥)/王擧(왕거)/世益者五十人(세익자오십인)’라는 문장이다. ‘경진년(서기 560년) 6월 잔교를 만들고 뱃사공을 배불러 먹였다. 여자 둘이 교대로 보좌하며 펼쳤다. 진흥왕이 다녀 가셨다. 세상에 도움이 된 이(보좌한 이)가 50인이었다’는 내용이다. 성류굴에 다녀간 진흥왕이 선박으로 이동했고, 행차에 50명이 동원됐다는 뜻이다.
해당 명문은 삼국사기 등 당대 문헌에 나오지 않는 것이어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심 연구사는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조에는 진흥왕 20년(559년)부터 22년(561년)까지 기록이 비어 있다”며 “성류굴 명문은 공백기로 남은 진흥왕 때의 역사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명문에 ‘진흥왕(眞興王)’으로 표기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산ㆍ황초령ㆍ마운령의 진흥왕 순수비(568년)에는 ‘진흥태왕(眞興太王)’로 적혀 있는 만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왕호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달엔 성류굴에서 신라 원성왕 14년(798년)에 화랑과 승려가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씨도 발견됐다. 울진군 관계자는 “성류굴이 왕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한 명승지이자 화랑을 수련하는 장소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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