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에 22일 오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대가 운집해 있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이틀 새 7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인도네시아 대선 불복 시위의 위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 후보였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가 시위대에 귀가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선거결과 불복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히면서 폭력 시위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져서다. 다만 무슬림들의 연합예배가 열리는 24일 금요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자카르타 시내 선거감독위원회(Bawaslu) 앞 등 곳곳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화염병과 폭죽, 돌 등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맞섰다. 서부칼리만탄주(州) 폰티아낙 등 일부 지방에서도 경찰 초소가 불에 타는 등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이날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8명”이라고 말했다. 부상자는 중상 79명을 포함해 730명으로 집계됐다. 아니스 주지사는 “부상자 294명은 20~29세, 170명은 19세 이하로 대체로 젊은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는 “사망자 4명은 흉기에 피살됐다”고 보도했다.

프라보워 총재는 22일 오후 11시20분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2분20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폭력을 피하십시오. 불법 행동을 하지 말고 쉬는 곳으로 돌아갈 것을 간청합니다. 법적인 조항을 준수하십시오. 우리는 법적, 헌법적 방법을 통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나의 호소입니다”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당국도 현명하게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동영상의 영향 덕인지 23일 오전 3시부터 폭력 사태가 잦아들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후 프라보워는 24일 정식으로 헌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에서 22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군중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30대 남성 한 명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총상 부상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현장에 배치된 경찰에게 실탄과 총기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경찰 당국은 시위 전부터 ‘실탄 미지급’을 천명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찰 소행으로 위장하기 위해 총기를 사용하고, 폭력 사태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1일 시위 현장에서 총기를 소지한 테러범 3명이 붙잡혔고, 돌 등이 실린 야당 소유 차량과 현금 봉투가 다수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찰이 실탄을 사용했다’ 등의 가짜 뉴스가 급속히 퍼지자 왓츠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막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자카르타 시내의 보안을 25일까지 최고 경계 단계로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무슬림들의 연합예배가 열리는 24일 금요일 대규모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KPU)는 21일 새벽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이 55.5%의 득표율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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