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충분하지 않아” 지적, 창비 통한 복귀에도 비판 일어
2015년 표절 시비로 문단을 떠났던 신경숙(56) 작가가 전격 복귀했다. 신 작가는 23일 출간된 문학계간지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은 강을 알지 못한다’를 발표했다. 출판사 창비를 통해 복귀 입장문도 냈다. 그러나 그의 복귀가 시기상조이고, 복귀 형식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신 작가는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이후의 시간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저도 모르지만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장을 지킬 것”이라며 작품 활동 본격 재개를 선언했다. 또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다”며 표절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4년 동안 줄곧 혼잣말을 해왔는데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였다.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라고 사과했다.
1985년 등단한 신 작가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문단 권력이었다. 2015년 그의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1996)의 수록작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61ㆍ1983년 국내 번역)을 표절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명성이 허물어졌다. 소설 속 단락 하나가 베껴 쓴 수준으로 일치했다.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등 신 작가의 다른 소설도 표절 시비가 붙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을 출간한 창비가 신 작가를 두둔하는 성명을 내고, 소장 비평가와 작가들이 신 작가의 절필과 문단 쇄신을 요구하며 맞서 논란은 문단 전체로 번졌다.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등 주요 문예지의 편집위원이 일괄 교체되는 등 일파만파였다.
신 작가는 당시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내내 침묵해 온 신 작가는 4년 만에 전격 복귀하는 이유와 복귀 정당성 여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장을 지킬 것”이라는 감성적 표현으로 넘어가기에는 신 작가의 표절 논란이 문단에 남긴 상처가 크며, 그 상처가 수습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노태훈 문학평론가는 23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복귀의 전제는 표절에 대한 확실한 해명인데, 이번 입장문에도 구체적인 정황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소형 문예지 등 다른 여러 통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지하고 염려하는 창비의 지면을 통해 복귀를 알리는 것은 신 작가의 여전한 입지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기욱 창비 편집주간은 “신 작가가 소설을 꾸준히 쓰고 있음에도 지면이 없어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한국문학에 크게 기여한 신 작가가 재기를 위해 애타게 노력하고 있고 과오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고 판단해 창작과비평 지면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주간은 “4년이 자숙에 충분한 시간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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