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단협기간 연장 등 입법 막고자 “국회, 즉시 통과시켜야”
경영계, 노사관계 단결권 위주 논의 부담 “입법 없이 선비준 불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ILO핵심협약 비준관련 민주노총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자(왼쪽 두번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법개정에 앞서 비준을 추진해야 한다는 '선비준' 촉구 발언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조 할 권리 등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동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비준 먼저냐, 입법 먼저냐’를 두고 논쟁에 불이 붙었다. ‘선비준 후입법’ 주장은 지난해 7월부터 ILO 관련법 개정과 관련한 노사정(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에 진전이 없자 올해 초 제기됐다. 그동안 선비준에 부정적 입장이던 정부가 비준 추진으로 돌아서자 다시 한번 쟁점이 된 것이다.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받으면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준안 통과를 위해 노조 할 권리와는 관계없는 경영계 요구 안건(단체협약기간 연장, 파업시 직장점거 규제 등)의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비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약 비준 이후 발효까지 1년의 준비기간이 있으므로, ILO 자문을 받으며 국내 법과 제도를 협약 내용에 맞도록 개정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날 고용노동부는 현재까지 가입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중 3개(결사의 자유 제87호, 98호 및 강제노동 제29호)에 대한 비준동의안과, 관련된 입법안을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법과 상충된 내용의 조약을 비준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한발 더 나가 노동계는 정부가 비준 의지가 있다면 ILO 핵심협약 취지에 맞는 행정적 조치부터 시행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에 대한 직권 취소를, 한국노총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 개선을 주장한다. 2010년부터 시행된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조전임자에게 사용자가 급여지급을 하지 못하게 하되 노무 관련 업무만 근로시간으로 보고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노동계는 이를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제도로 보고 있다.

반면 경영계와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에서는 입법 없인 비준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사의 자유에 대한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는 이유로 노사관계를 단결권 위주로만 논의하면 안 되고, 교섭권이나 파업권 등 노사관계 전반을 국제기준에 맞춰갈 수 있게 법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은 “한국 노사 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비준에만 집착하다 보면 현장에서는 굉장한 혼란이 우려된다”며 “(법 절차상) 현실적으로도 선비준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정부가 입법안 작성에 참고할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의 합의안도 노동계 편향적이라고 본다. 비준부터 하고 나면 입법 과정에서 협상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논란은 비준안과 입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가 진행될 9월 정기국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노동계는 너무 큰 기대를, 경영계는 과도한 우려를 한다”며 “이를 (노사관계 발전의) 하나의 상징적인 계기, 시작이라고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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