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훈육 목적이라 해도 자녀에게 체벌을 가할 수 없도록 하는 민법 개정 추진 등을 담은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민법 제915조의 ‘징계’라는 용어를 바꾸고 그 내용에서 체벌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출생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위기 아동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 등으로 아동보호 체계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지방자치단체 인력 확충과 전문기관 통폐합 방안 등도 포함됐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아동학대 건수는 2만2,367건으로 5년 전에 비해 3.5배나 늘었다. 학대 장소는 가정이 전체의 80%이며 학대한 사람은 부모나 대리양육자가 거의 대부분이다. 비록 부모라 하더라도 명백한 아동학대의 경우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 등 현행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법의 친권자 징계권 조항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결국 사안별로 법원에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아동학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법제 개선과 행정력 강화는 뒤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훈육의 의미와 행태가 민법 관련 조항이 처음 등장한 59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에서도 스웨덴이 1973년 체벌 금지 법 조항을 만든 이후 서유럽 국가 대부분이 이를 도입했다. 일본에서도 최근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를 명기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모의 자율권 침해라는 반론도 나온다. 복지부의 2017년 국민인식 조사를 보면 체벌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76.8%에 이른다. 그러나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때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안일한 인식 아래에서 매달 2명 이상의 어린이가 학대로 숨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법 개정은 출발일 뿐이다. 감시 인력이 모자라 학대받는 아동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그 행정력이 가정의 문턱을 넘지 못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도ㆍ역량 강화를 동반하지 않는 법 개정은 구호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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