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연주자. 프랑스의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52)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2010년 첫 내한 이후 그는 늘 다른 모습과 레퍼토리로 한국을 찾았다. 피아노와의 듀오, 피아노 트리오, 무반주 솔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선보인 케라스의 매력에 한국 청중들은 매료됐다.
이번엔 자신 만큼이나 혁신적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실내악단 앙상블 레조난츠와 함께 한국에 온다. 공연에 앞서 이메일로 먼저 만난 케라스는 “모든 종류의 레퍼토리와 단체들과의 연주를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큰 음악세계”라고 말했다.
케라스와 앙상블 레조난츠는 10년 동안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 왔다. 1994년 창단된 앙상블 레조난츠의 별명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독일 함부르크 엘브 필하모니 체임버홀의 상주단체로 클래식 음악에 일가견이 있으면서도, 현대음악과 록, DJ와도 협업한다.
케라스는 앙상블 레조난츠에 한눈에 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음악은 수평적인 운영방식에서 비롯됩니다. 연주자들이 모두 예술적 결정에 관여하죠. 또 개개의 연주자들이 음악에 흠뻑 빠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줍니다.”
전방위 첼리스트와 혁신의 아이콘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탁월한 연주력이다. 바흐의 차남인 카를 필리프 엠마누엘 바흐(CPE 바흐)의 ‘함부르크 교향곡’과 첼로 협주곡을 담은 이들의 앨범은 지난해 프랑스 황극디아파종상에서 베스트 협주곡 음반으로 꼽혔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CPE 바흐의 협주곡을 들려준다. 깊이 있는 연주와 새로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비법에 대해, 케라스는 “탁월한 예술적 완성도와 혁신성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항상 최상의 연주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두 성격이 서로 닮아가고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케라스는 알제리와 프랑스 등에서 살며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과 문화를 접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자신의 다양한 취향과 예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항상 새로운 음악에 귀를 열고 연주할 것”이라는 그가 한국 관객을 사랑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어떤 종류의 레퍼토리에도 열려 있다”는 것. 케라스와 앙상블 레조난츠는 2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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