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반 년 만에 1000만개 판매...개발 주역 CJ제일제당 정경희 연구원
경기 수원시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식품개발센터에서 정경희 연구원이 비비고 죽 상품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 연구원은 작년 11월 출시돼 반년 동안 1,000만개 이상 팔린 '비비고 죽' 개발의 주역이다. CJ제일제당 제공

“굳건해 보이는 시장에 후발주자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네요. 아직은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경기 수원시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식품개발센터에서 일하는 정경희(33) 연구원은 ‘비비고 죽’을 개발한 주역이다. 비비고 죽은 전자레인지로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상품죽으로, 즉석밥처럼 방부제 없이도 상온에서 9개월까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비비고 죽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지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넘으며 시장 판도를 바꿔놓았다. 20년째 동원과 오뚜기가 양분해온 상품죽 시장에서 비비고 죽은 단숨에 점유율 30%대로 올라서며 1위(동원 43%)와 격차를 10% 남짓까지 좁혔다. 출시 초기에 비비고 죽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데는 쌀 전문가인 정 연구원의 역할이 컸다.

2011년 입사해 즉석밥 연구를 담당하던 그는 2013년부터 죽 연구를 시작했고, 2017년부터 1년 이상 제품화에 매달린 끝에 비비고 죽을 탄생시켰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상품죽은 참기름이나 김 가루, 깨가 동봉돼 있는 형태다. 반면 비비고 죽은 개발 단계부터 ‘별첨 양념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죽’을 목표로 삼았다. 정 연구원은 “맛을 내는 다른 재료를 추가하지 않아도 죽 본연의 맛과 풍미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말했다.

양념 없이 맛있는 죽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쌀이 가장 중요했다. 좋은 죽은 좋은 쌀에서 나온다. 정 연구원은 죽에 맞는 우수한 품질의 쌀을 선별하는 일부터 들여온 쌀을 건조, 보관, 현미 가공, 백미 도정하는 전 과정을 철저히 분석해 최상의 상태로 관리했다. “입사 초기 즉석밥을 연구하며 체득한 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죽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정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유명하다는 죽 맛집들을 일일이 발품 팔아 찾아 다니며 하루에도 수 차례씩 죽을 먹었다. 유명 식당보다 더 나은 죽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밥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최상의 맛과 품질을 가진 쌀을 감별하는 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국내 70여명에 불과하다. 일본취반협회 주관으로 매년 일본어로만 시행되는 만큼 취득이 쉽지 않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정경희 연구원이 쌀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 하면 아기나 고령자, 환자들이 주로 먹는 음식으로 여겼다. 상품죽은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더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죽을 1, 2인분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장 형태로 내놓고 아침밥 대용식, 건강식으로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고객층을 넓혔다. 정 연구원은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의 부모들이 만든 한 온라인 카페에서 최근 비비고 죽이 ‘핫 아이템’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이제 비비고 죽의 경쟁 상대를 상품죽에서 외식업계로 넓혔다. 죽 전문점까지 아우르는 5,000억원대 시장을 겨냥하기로 했다. 정 연구원은 “외식업계의 죽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받고 싶다”며 “식당 가격의 절반 수준인 죽 제품을 더 많은 고객들이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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